올시즌이 끝나면 각 구단 별로 1명씩은 NC 유니폼을 입어야만 한다. 바로 신생구단 선수수급 방안 중 핵심과도 같은 '각 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 지원'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존 구단과 NC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 됐다. 규약에 신생구단 창단 시 지원안은 명시돼 있어도, 보호선수의 범위를 규정한 세부 시행세칙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실행위원회를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된 모양새지만, NC는 NC대로 기존 구단은 기존 구단대로 불만이 남아 있다. 바로 '군 제대 선수'와 '군 입대 예정선수'를 두고 서로의 불만이 남은 것이다.
▶NC vs 기존 구단, '군 제대 선수'가 쟁점인 이유는?
먼저 NC는 보호선수에 군 제대 선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 구단이 매년 11월25일까지 제출하는 보류선수 명단에는 군 제대 선수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군 제대 선수는 전역일자가 일정한 상무와 경찰청 소속 선수들이다. 현역이나 공익근무로 군 복무를 마치는 선수의 경우는 시점이 개인별로 다르기에 논외로 치자.
NC는 선수단의 범위를 보류선수로 보고 있다. 제대하는 순간 군 보류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선수단 범위에 포함된다면 전력감인 군 제대 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기존 구단이 이들 중 일부를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넣게 되면, NC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8개 구단은 선수단의 범위를 보류선수가 아닌, 올시즌 등록선수로 보고 있다. NC의 특별지명 절차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보류선수 명단 제출 전인 한국시리즈 종료 후 곧바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렇기에 선수단 범위를 올시즌 등록선수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진 군 제대 선수가 시즌 막판 소속팀에 복귀해 뛰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올해 기준으로 상무는 9월3일, 경찰청은 10월3일이 전역일이다. 상무의 경우, 제대 후 곧바로 선수 등록되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과 포스트시즌에 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구단들이 군 제대 선수를 등록시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굳이 등록선수 명단에 좋은 선수를 올려 남 좋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실행위원회에선 특별지명 절차를 보류선수 명단 제출 전에 완료키로 하면서 이 문제를 정리한 상황이다. 덕분에 군 제대 선수들이 군 보류선수도, 등록선수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돼버렸다.
▶NC를 위한 보호장치 있긴 하지만…
KBO는 NC를 위해 몇가지 보호장치를 마련해뒀다. 기존 구단들이 등록선수를 두고 '장난'을 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페넌트레이스 종료 이후 특별지명이 완료될 때까지 선수 신분의 변경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기본적인 장치다. 또한 보상 시점까지 군에 입대하지 않는 한 선수단 범위에 무조건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규약상 등록선수의 범위가 65명이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종료 시점에서 등록선수가 65명에 못미치는 구단에서는 군 제대 선수로 이 범위를 채우기로 했다. 현재 등록선수 65명을 채운 구단은 삼성 SK 두산 KIA, 4개 구단이다. 롯데 넥센 LG 한화는 63명이다. 이들 네 구단은 군 제대 선수 중 2명을 마저 채워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실효성이 적다는 우려가 있다. 모든 구단이 현재 신고선수의 정식선수 등록이 가능하다. 신고선수를 전환시켜 채워도 된다는 말이다. 또한 군 제대 선수 중 2명을 채워넣는다 하더라도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2명 먼저 넣어도 된다. 선수의 수준 별로 명단 안에 올리는 것을 강제하는 수단은 '당연히' 없다.
지난 2000년 창단한 SK는 어땠을까. SK 역시 7개 구단에서 보호선수 23명 외 1명씩을 지원받았다. NC와 마찬가지로 선수별로 보상금 10억을 건넸다. 하지만 당시는 SK의 지명 시점이 3월이었다. 페넌트레이스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군 문제가 얽힐 여지가 없었다. 지금과 같은 마찰이 없던 이유다.
▶군 입대 예정선수만은…, 더이상의 꼼수는 막았다
어쨌든 NC는 각 구단별로 총 65명 중 보호선수 명단 20명을 받아든 뒤 선택을 해야한다. 물론 여기서 외국인선수 2명과 구단 별 FA(자유계약선수) 신청자는 제외된다. 군 제대 선수는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40명이 조금 넘는 선수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NC 입장에선 분명 억울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SK의 사례만 떠올려봐도 이제 곧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군 제대 선수를 그저 바라만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군 제대 선수를 잃었어도 군 입대 예정선수를 놓고 선택의 폭을 넓힐 수는 있다. 사상 처음 2차 드래프트가 실시된 지난해 11월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당시 NC는 각 구단별로 보호선수 40명 외 범위 내에서 차분히 7명을 지명했다.
1라운드에 지명한 넥센 출신 내야수 조평호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 남부리그 홈런 2위, 타점 5위로 맹활약중이다. 2라운드에 지명한 두산 출신 투수 이재학은 퓨처스리그 양대리그를 통틀어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2군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NC는 3라운드엔 삼성 외야수 오정복을 지명했다. 오정복은 경찰청으로 군입대가 예정돼 있던 상황. 하지만 NC는 2년 뒤를 내다보고 1군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던 오정복을 선택했다.
이번에도 당장 맘에 드는 선수가 없다면, 제2의 오정복 같은 지명이 나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 8대1로 절대 약자인 NC로서는 기존 구단의 양보는 더이상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 바엔 당장 내년이 아닌, 미래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기존 구단들도 군 입대 선수라고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면, 군 입대가 예정돼 있다 하더라도 보호선수 명단에 넣어야만 한다. 8개 구단은 군 제대 선수들을 NC에 내줄 선수단 명단에서 빼면서 최대한의 손실은 막았다. 이젠 더이상의 '꼼수'는 힘들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