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연봉대비 성적 내지 활약도를 따져본다면 누가 최고 점수를 받게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6)다.
프로 8년 차인 올해 그의 연봉은 6200만원. 한국야구위원회(KBO) 발표에 따르면, NC 다이노스를 포함해 올해 프로야구 9개 구단 선수 평균연봉은 9940만원이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가 112명이다.
박병호는 연차에 비해 연봉이 낮지만, 히어로즈의 선수 평균연봉 7771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대적으로 저연봉 선수라고 할 수 있는데, 성적은 프로야구 최고 수준이다.
9월 3일 현재 홈런 26개(1위), 87타점(1위), 장타율 5할7푼1리(2위), 타율 2할9푼2리(16위), 13도루(공동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삼성 박석민에 4개 앞서 있고, 타점은 2개가 많다. 연봉 대비 최고 활약을 넘어 한화 김태균(타율 3할8푼9리, 15홈런, 71타점, 장타율 5할8푼1리)과 함께 올시즌 최고의 타자라고 할만 하다. 김태균의 올해 연봉은 15억원으로 박병호의 24배에 달한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2005년 LG에 입단할 때부터 '미래의 홈런왕'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병호지만, 지난 시즌 중 히어로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잠재력을 분출하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던 박병호를 4번 타자로 점찍어 영입한 히어로즈의 선택은 탁월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병호의 홈런 1위 질주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많았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박병호가 첫 풀타임 시즌인 올해 25개 안팎의 홈런을 때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 수치에는 상당 부분 기대치가 담겨 있었다. 박병호는 올시즌 프로야구가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 중 하나다.
시즌 막판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병호는 홈런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또 30홈런 이상을 때려낼 수 있을까.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박병호는 108경기, 380타석에서 26개의 홈런을 뽑았다. 14.61타석 당 1개 꼴로 홈런을 터트렸다. 히어로즈의 남은 경기가 25게임이니, 지금까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남은 시즌 87.97타석에서 6개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6개의 홈런을 추가해 32개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병호의 강점은 기복이 없는 꾸준함이다.
첫 풀타임 시즌인데도 큰 슬럼프 없이 5개월을 달려왔다. 박병호는 히어로즈가 치른 108경기 전 게임에 4번 타자로 출전했다. 물론 개막전 4번 타자로 부상없이 전 게임에 출전한 것은 박병호가 유일하다. 4월 4개의 홈런을 터트린 박병호는 5월 7개, 6월 5개, 7월 2개, 8월 6개를 기록한데 이어 9월 들어 2개를 쏘아올렸다.
6,7월 무더위에 잠시 타격컨디션이 떨어진 시기가 있었다.
보통 시즌이 개막되고 3개월 이상이 흐르면 피로가 누적되고, 여름 부더위가 시작되면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박병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박병호는 휴식이 아니라 훈련으로 정면 돌파를 했다. 다른 선수들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동안 박병호는 꾸준히 앞을 보며 질주했다.
박흥식 히어로즈 코치는 "보통 선수들은 힘들면 1게임 정도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박병호는 오히려 특타를 자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10분도 힘든데 혼자서 30분 동안 타격훈련을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크고, 근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병호는 매 타석에서 타격이 끝나면 덕아웃에 들어와 박흥식 코치와 상대 투수의 구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시즌 막판이 되고 순위가 대략 정해지면, 상위권 팀들은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투수진을 아끼기 위해 탄력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한다. 또 하위권 팀들은 출전 기회가 적었던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린다. 이런 점도 박병호의 30홈런 가능성을 높인다.
박흥식 코치는 박병호의 홈런왕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