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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날린 제주의 첫 FA컵 우승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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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지난주 한반도를 휩쓸고 갔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제주였다.

제주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서귀포에 클럽하우스를 둔 제주 유나이티드로서는 태풍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태풍에 대비해 클럽 하우스 창문을 모두 신문지와 테이프로 꽁꽁 싸맸고, 시설물 관리자가 24시간 대기했다. 그래도 강력한 태풍을 모두 막지는 못했다. 강풍으로 훈련장 조명탑의 라이트가 떨어져 박살 났고, 클럽하우스의 나무도 두 그루나 뽑혔다. 서귀포 일대의 정전으로 인해 클럽하우스도 잠시 전기가 나가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태풍의 공포를 벗어나기 늦은 새벽에 각자의 집을 탈출해 산토스 집에 모여 함께 밤을 지새웠다.

태풍을 보며 박경훈 제주 감독의 한숨이 커졌다. 2012년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복귀를 노리는 제주에게 FA컵은 중요한 무대였다. 7위로 그룹A를 통과한 제주에게 K-리그 3위보다는 FA컵 우승이 더욱 현실적인 목표였다. 한번도 거머쥐지 못한 FA컵에 대한 열망도 컸다. 그러나 태풍 때문에 계획이 흩으러졌다. 본격적 훈련에 앞서 8월 28일까지 휴식시간을 줬지만, 선수들은 태풍으로 인해 조기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태풍이 지나가는 시간 동안 선수들은 불안한 마음에 잠도 설쳤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마르케스는 몸살이 걸리기도 했다. 훈련 일정도 무너졌다. 운동장을 쓸 수 없어 전술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주는 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포항에 1대2로 무너지며 FA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 감독 스스로 "최근 보여준 경기력 중 가장 좋았다"고 했지만, 마지막 집중력에서 무너졌다. 한용수가 후반 33분 상대 공격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자책골을 기록했다. 집중력 역시 훈련의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태풍으로 인한 훈련 공백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쳤던 태풍이기에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입기는 했다"고 아쉬워한 뒤, "빨리 추스리고 리그 준비에 전념하겠다. 3위 이상을 기록해 아시아 무대를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주는 4일까지 휴식을 취한 뒤, 제주에서 합숙훈련을 통해 남은 리그를 대비하기로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