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김지현(21·웅진코웨이)가 정상에 올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매 대회 100여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한국 여자 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평정한 실력이다. 국내 대회라고 무시할 수 없다.
김지현은 무명이었다. 똑같은 이름의 김지현(21·CJ)이 한 명 더 있어 대회 출전 공식 이름은 '김지현2'다. 국가대표를 지내지도 않았다. 지난해부터 정규투어를 뛰는 신출내기다.
지난달 후반기 첫 대회인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9위를 차지한 게 최고의 성적.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김지현은 2일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 골프장(파72·6509야드)에서 끝난 LIG손해보험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1위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우승 직후 김지현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도 한참동안 멍했다. 내일이 엄마 생신인데 큰 선물을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은 체구(키 1m60)인 김지현은 비거리가 길지 않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40야드. 본인의 표현대로 딱 중간이다. 이번 대회 코스 전장은 만만치 않았다. 김지현은 드라이버 비거리보다는 정확도로 승부를 걸었다. 여기에 평소 자신있게 공략하는 아이언샷이 살아나면서 생애 첫 우승을 맛볼 수 있었다.
첫날 선두에 이름을 올린 김지현의 최대 적은 '떨림'이었다. 김지현은 "챔피언조에서 마지막 라운드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려서 잠을 설쳤다"면서도 "드라이버샷만 정확하게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면 우승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난 겨울 베트남 전지훈련때 샷을 봐주셨던 프로님이 마지막날 찾아오셔서 드라이버샷 자세를 봐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이번 우승으로 숨통이 트인 것 같다"며 "다음주 열리는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좋은 성적을 내 상금 랭킹 상위 12위까지 주어지는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10월19일~21일, 스카이 72)에 꼭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