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31)는 참 골수팬이 많다. 대구 토박이인데다 2000년 입단 이후 13년째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대구팬들은 배영수를 "우리 영수"라고 부른다. 또 배영수 이름 앞에는 '푸른피의 에이스'라는 애칭을 달아줬다.
이런 열혈팬들에게 배영수의 통산 100승은 분명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배영수 팬클럽인 '삼성라이온즈 갤러리 일동'이 뜻깊은 트로피를 만들어 배영수에게 바쳤다. 골든글러브 모형의 트로피를 제작, 2일 대구구장으로 찾아와 배영수에게 전달했다. 트로피 제목이 '사이영수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매년 가장 뛰어난 투수 2명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재미있게 패러디했다. 또 '푸른피의 에이스, 당신은 감동입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이뿐이 아니었다. 기념패와 기념떡, 양파즙까지 맞춰서 갖고 와 전달했다.
배영수는 지난달 LG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통산 100승과 시즌 10승, 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했다. 100승과 1000탈삼진은 국내 프로 통산 23번째 기록이다.
배영수는 2007년 오른팔꿈치 수술로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09년 1승(12패) 밖에 올리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구속이 130㎞ 초반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심적 고통이 심해 야구를 그만두고 이민갈 생각까지 했다. 팬들은 그랬던 배영수가 이번 시즌 부활, 100승을 달성하자 인간 승리라며 큰 박수를 보냈다.
팬들이 맞춰온 기념떡에는 '배영수 100승 기념, 공부는 국영수 야구는 배영수'라고 적힌 카드가 함께 들어 있었다. 2012년 9월 2일, 배영수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