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돈'을 걸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겨 돈을 나눠 가질 수 있고, 팀은 승리해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이걸 '메리트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K-리그에선 '베팅'을 했다는 표현을 쓴다. 구단들은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되면 이런 달콤한 '당근'을 종종 쓴다. 그러면서 그 금액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게 된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선 경기당 1000만원, 2000만원, 많게는 4000만원이 걸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8개 구단 중 메리트를 걸지 않는 구단이 있으면 당당하게 나와보라는 얘기도 있다.
메리트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야구단 창단 이후 줄곧 모기업의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메리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야구단으로 돈벌기는 어렵다, 그래서 승리가 우선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스포츠 산업 개념으로보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팀들이 속출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롯데, 두산, 삼성이 약 10억~30억원 정도씩 흑자를 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흑자로 보기 어렵다. 이들 구단의 모기업들이 100억~200억원 이상의 광고수입을 책임져주고 있다. 명목은 광고를 하는 셈이고, 실제는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 참가중인 8개팀 중 넥센을 뺀 7개팀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모태를 두고 있다. 이들에게 야구단이 1년에 쓰는 200억~300억원의 돈은 그룹 전체를 보면 큰 액수가 아니다. 어차피 기업으로서 스포츠를 통한 사회환원에 쓸 돈이라고 판단한다. 이 돈을 아끼려고 구단을 없앨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그룹 이미지에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래서 팀들은 팀을 운영해 돈을 버는 것보다 성적에 집착하게 된다. 구단들은 현재 국내 야구장 인프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삼성의 경우 현재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낡은 대구구장을 갖고는 입장권, 광고 수익 등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야구위원회가 통합 관리하는 방송중계권 계약을 풀어 각 구단이 별도의 계약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러다보니 성적에 혈안에 돼 있다. 구단 수뇌부는 상대를 꺾기 위해 한 경기 수천만원을 걸 수 있다고 본다.
▶승리 보다 실제 흑자를 내는 구단이 나와야 한다
프로야구를 100년 이상한 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선수들에게 연봉 이외의 이런 메리트를 걸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야구를 처음 경험한 외국인 선수는 경기에 승리한 후 구단에서 주는 별도의 보너스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미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짭짤한 가욋돈이 생겼다.
메이저리그는 국내야구와는 팀을 운영하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팀들은 스포츠전문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 처럼 대기업들이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팀들은 광고, 입장권, 중계권 판매 등으로 살림살이를 꾸린다. 철저하게 스포츠 산업 구조로 돌아간다. 그래서 재정 압박에 시달릴 경우 오너가 자주 바뀌기도 한다.
한국은 프로야구를 출범할 때부터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렇게 뿌리를 내려서 30년이 흘렀다. 메이저리그와는 출발 자체가 달랐다. 기업팀 주도의 현재 분위기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전부 옳다고 볼 수도 없다. 하지만 국내야구가 메이저리그의 수익 모델을 보고 배울 필요는 있다.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구단 소유 구조가 달라 메리트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내 야구도 이제 모기업 구단과 더불어 넥센 처럼 1년을 버티기 위해 성적과 예산 마련에 발버둥치는 구단이 더 생겨야 할 것이다. 대기업 구단들도 모기업의 도움에 안주하는 나태한 모습을 중단해야 한다. 성적 만능주의 보다 팀의 자생력을 기르는데 힘쓰는 구단이 생겨야 프로야구판 자체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메리트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