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인해 3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는 세계 각국의 유망주들이 몰려와 미래의 야구 스타를 엿보게 하는 자리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라 야구팬들에게 생소하다. 그러니 언뜻 보면 한국의 우승 여부 외엔 관심을 끌 만한 이슈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볼거리가 많다. 이번 대회에는 화제의 인물들이 꽤 많다.
우선 미국 감독 스캇 브로셔스는 한국팬들에게 매우 낯익은 인물이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병현을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바로 지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당시 애리조나 소속이던 김병현에게 뼈아픈 홈런을 때려냈었다. 당시 5차전서 양키스가 0-2로 뒤진 9회말 2사후 김병현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전날에도 동점, 역전 홈런을 맞았던 김병현이 이틀 연속 세이브에 실패하며 그 유명한 '월드시리즈 대참사'를 맞이하게 만든 장본인. 그러나 브로셔스에게도 당시 월드시리즈는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2패후 3연승을 달리며 우승에 1승만을 남겼으나 결국 남은 2경기를 모두 져 우승컵을 애리조나에게 내줬기 때문. 감독으로 한국을 찾은 브로셔스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훈련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대표팀의 내야수도 관심을 모은다. 메이저리그 대스타의 2세가 이번 대표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팀엔 유독 유명 선수와 성이 같은 선수들이 많은데 그 중 캐번 비지오는 '진짜' 야구스타 2세다. 독특한 기마자세 타격폼과 헬멧에 덕지덕지 바른 송진이 트레이드마크였던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레전드 크레이그 비지오의 둘째 아들이다. 포수와 2루수로 활약했던 크레이그 비지오는 지난 88년부터 2007년까지 20년간 휴스턴에서만 뛰면서 총 3060개의 안타를 쳤다. 통산 타율 2할8푼1리에 291홈런, 1175타점, 414도루를 기록하며 올스타 7회, 골드글러브 4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고 그의 번호 7번은 영구결번됐다.
우투좌타로 내외야를 모두 소화하는 캐번은 144명의 후보 가운데 당당히 20명의 대표팀 명단에 선발됐다. 고등학교 3학년인 캐번은 내년엔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한다. 그의 형인 코너도 노트르담대학교에서 2루수로 활약중이다. 아버지 크레이그는 "정말 영광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하는 20명의 선수에 들어간 것 아닌가"라며 아들의 대표팀 선발에 크게 기뻐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다른 문화를 느끼고 다른 야구를 체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라며 아들의 한국행이 많은 경험을 쌓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대표팀엔 '괴물'이 참가했다. 우완투수 오타니 쇼헤이(하나마키 히가시고교 3학년)가 주인공이다. 얼마전 열린 고시엔대회 지역예선에서 무려 시속 160㎞의 강속구를 뿌려 일본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160㎞는 고시엔대회 역대 최고 구속이다. 1m93의 큰 키에 유연성까지 갖춘 투수로 평균 150㎞ 후반의 구속을 보인다. 또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한 오사카 도인고교의 후지나미 신타로도 관심 대상. 오타니보다도 4㎝가 더 큰 1m97의 장신인 후지나미는 올해 텍사스로 이적한 다르빗슈 유를 연상케 한다. 힘 있는 직구와 다채로운 변화구로 고시엔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예선 A조에 속해있다. 1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붙는다. B조에 속한 일본과는 2라운드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