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은 혁신을 위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올시즌 퀸스파크레인저스(QPR)의 행보를 보면 딱 이 말이 어울린다. 지난시즌 17위로 가까스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잔류에 성공한 QPR은 올시즌 대대적 개혁을 단행했다. 골키퍼부터 최전방까지 베스트11을 통째로 바꿨다. 31일 영입이 확정된 스페인 미드필더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QPR행을 선언한 카메룬 미드필더 얀 음빌라를 포함하면 새롭게 영입된 선수만 가지고도 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토니 페르난데스 QPR 회장은 올시즌 중위권 도약을 위해 박지성을 비롯해, 훌리오 세자르, 주제 보싱와, 주니어 호일렛, 파비우, 앤드류 존스, 라이언 넬슨 등 즉시 전력감을 대거 데리고 왔다. 모두 빅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히카르두 카르발류, 마이클 도슨 등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어 이적시장 마감일까지 QPR의 선수 영입 욕심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와 최전방 공격수 지브릴 씨세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난시즌에 뛰었던 선수들 이름을 찾기 어렵다.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하지만 팀케미스트리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 팀리빌딩은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성공확률이 더 높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 파리생제르맹이 지난시즌 프랑스 리그1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경기에 뛰는 것은 영입파의 몫이지만, 시즌은 경기장 밖에서도 진행된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기존 선수들과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대대적인 영입전을 펼치는 QPR이 2일 맨시티를 만나는 것은 묘한 느낌이 든다. QPR의 행보는 과거 마구잡이로 선수를 사들이던 맨시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선수 이름값으로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힘겹게 빅4 자리를 뚫었고, 지난시즌에는 가까스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에 이렇다할 영입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제법 완성된 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개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이 바튼을 대신해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박지성은 '조용한 리더십'에서 벗어나 '수다쟁이 리더십'을 천명하며 본격적인 '캡틴 활동'에 나섰다. 모래알 같은 QPR의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맨시티전은 버거운 경기지만, 박지성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