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의 박지성, 선더랜드의 지동원, 볼턴의 이청용, 카디프 시티의 김보경, 그리고 스완지의 기성용. 영국 땅을 밟고 있는 태극전사 중 가장 '핫'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기성용 아닐까. 절차 문제 탓에 데뷔전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됐던 기성용은 주중 2012-13 잉글리시 캐피탈원컵 2라운드에 나서 76분 가량을 소화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고, 이번 주말 선더랜드전을 통해 EPL 데뷔전 초읽기에 들어갔다.
▶ 반슬리전, 1.5-2군 내세운 라우드럽 감독.
홈에서 3부리그 반슬리를 맞은 스완지의 선수 구성엔 다소 변화가 있었다. EPL 1, 2 라운드에서 벤치를 지켰던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라우드럽 감독이 베스트 11 중 무려 7곳에 다른 카드를 내세운 것, 이 중엔 스완지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도 포함돼 있었다. 눈길이 갔던 건 아무래도 기성용의 경쟁 포지션에 배치된 선수들이었다. 그동안 브리턴-데 구즈만을 중앙에 배치했던 스완지는 또 한 번 데 구즈만을 선발로 내세웠고, 1, 2라운드에서 후반 중반 어거스틴과 교체됐던 이 선수는 반슬리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 파죽지세 스완지? 과대 평가하기는 일러!
8월에 치른 세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11득점 1실점, EPL에선 아직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이런 스완지의 문제라면 팀이 너무 잘 나간다는 점, 게다가 중앙 미드필더 경쟁 또한 절대 만만치 않아, 기성용이 갖고 있는 능력으로 어느 정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 팀에 높은 점수를 주기엔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맞붙은 팀 중 QPR은 겨우 강등을 면한 팀이었고, 웨스트햄은 갓 승격한 팀이었으며, 반슬리는 두 수 아래 리그의 팀이었다. 또, 3경기에서 11골을 터뜨린 폭발력을 가벼이 볼 순 없지만, 이를 찬찬히 살펴봤을 때 스완지만의 색깔이 드러난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QPR전 수비 진영에서 나온 결정적 패스 미스, 웨스트햄전 골키퍼 야스켈라이넨의 볼처리 미숙에서 뽑아낸 골처럼 상대의 실수로 얻어낸 골도 많았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기성용, 스완지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라.
중원에서의 짧은 패스를 통해 좁은 공간을 잘라 들어가는 모습부터, 골킥을 짧게 연결해 패스 성공률을 높이고 점유율을 유지해가는 모습까지, EPL 무대에 스페인을 접목시킨 듯한 스완지는 분명 매력적이다. '스완셀로나'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팀에 기성용이 녹아드는 모습 또한 엄청 기대된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낸다면 기성용 스스로 이 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진영은 측면. EPL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스완지의 측면은 너무나도 잔잔했다. 우선 측면 미드필더들이 중앙 침투 성향을 강하게 보였고, 중앙의 그라함이나 미추가 스위칭을 통해 측면으로 빠지는 장면은 극히 드물었다. 이와 함께 측면 빈공간을 찌르는 롱패스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측면 수비의 오버래핑 빈도도 기대 이하였다. 웨스트햄전에서 앙헬 랑헬이 우측을 파고들어 실책성 골을 이끌어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측면 수비의 라인 자체가 그다지 높질 않았다. 옵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스완지의 측면 공격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 기성용의 롱패스나 수비 커버 능력이라면 스완지의 측면에 불을 지필 수 있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중앙에서의 활약도 중요하다. 스완지의 패싱 플레이에는 흐름을 잡아먹는 백패스가 나온다는 약점이 있었다. 상대가 노출한 뒷공간으로 예리한 침투 패스를 넣어주는 데엔 능하지만, 이 진영까지 도달하는 패스의 흐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템포 조절보다는 타이밍을 놓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부분에서 기성용의 역할도 궁금하다. 또, 이런 스타일만으로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유한 팀, 혹은 기본적으로 수비를 지향하는 팀과 맞붙었을 땐, 공격의 주효가 심히 떨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터질 기성용의 중거리 슛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