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파문으로 지난 4월부터 방송 활동을 중단한 김구라가 8월 말에 에세이집 '독설 대신 진심으로'를 출간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것 외에 외부 활동을 일체 하지 않았던 김구라는 10여년간의 방송 생활을 돌아보며 에세이 집필에만 전념해 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일상에서'는 방송 하차 당시와 그 이후의 일들, 그리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했던 연예계 활동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그리고 이경규, 문희준, 김미화 등 동료 연예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제2부 '당신에게'는 약속시간에 항상 늦는 시간 관념 없는 애인, 화장품을 사달라는 중학생 딸, 뒤늦게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20대 여성, 유부남과 사귀는 대학생 친구를 비롯해서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김구라 특유의 단도직입적인 해법을 담고 있다. 원론적인 내용들이 위주인 기존의 멘토링 서적들과는 달리 자신과 가족, 주위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책에서 김구라는 자신의 과거나 방송 하차의 과정들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기보다는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말로 자신에 닥쳐온 일들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김구라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독설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히고 있다. 팝 음악과 메이저리그 야구 마니아답게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동원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김구라는 책을 내게 된 동기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어찌 보면 가장 우울하고 막막한 놈이 책을 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방송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고 보니 나는 비로소 일상에서 누렸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있는 멋지고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다. 내 고민이 깊으니, 오히려 남 고민도 들어줄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여유가 생겼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김구라는 10년 전인 2002년 인터넷 방송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에서의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 4월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2002년 당시 천호동 텍사스촌 윤락여성들이 경찰의 단속에 반발해 전세버스를 동원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창녀들이 전세버스 두 대에 나눠 타는 것은 예전에 정신대라든지 이런 참 오랜만에 보는 게 아니냐"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김구라는 그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왔으며, 최근 tvN '택시'의 새로운 진행자로 물망에 오르면서 방송 복귀가 점쳐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