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외국인 투수 나이트(37)는 선발 등판일에 꼭 영자 신문을 챙긴다. 선발 투수는 등판 전 타자 만큼 무리하게 몸을 풀지 않는다. 가벼운 조깅과 불펜 피칭 정도가 전부다. 그보다 마음의 준비를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이트는 덕아웃에서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는 게 습관이 됐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수들은 경기 전 이 처럼 신문이나 책 등을 읽는 선수가 종종 있다. 국내 토종 선수들은 아직까지 나이트 처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2009년 삼성에 입단하며 국내 야구에 첫 발을 디뎠다. 2010시즌 이후 2011년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로 벌써 한국 야구 4년차다.
처음 그의 행동은 무척 낯설었다. 하지만 이제 동료들도 나이트가 신문을 읽으면서 평정심을 찾고 경기에 집중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3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경기 1시간30분 전 신문을 펴들었다. 나이트의 표정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무척 편안해보였다.
그는 삼성을 상대로 8⅓이닝 8안타 3실점으로 호투했다. 3회 삼성 선발 장원삼을 두들겨 4실점을 뽑아 일찍 승기를 잡은 넥센은 5대3으로 승리했다. 친정 삼성을 상대로 첫 승리한 나이트는 시즌 13승째(3패)를 올렸다. 다승 선두 장원삼(14승6패)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동시에 1승차로 바짝 추격했다. 삼성 배영수에 이어 시즌 두번째로 전구단 상대 승리를 거뒀다. 또 그는 시즌 평균자책점 2.28로 부문 선두를 유지했다.
그는 8월 한달 5경기에 등판, 무려 4승을 거뒀다. 넥센이 부진할 때도 나이트는 외국인 투수 밴헤켄과 함께 든든히 버텨주었다. 지난 11일 한화전에선 국내 데뷔 4년 만에 첫 완봉승을 거뒀다. 또 팀의 4연패를 끊어주었다. 꼴찌 단골 넥센이 6위라도 할 수 있었던 건 제 1선발 나이트가 이만큼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시즌 내한 이후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 건 고질적인 오른 무릎 부상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적이 7승15패였다. 평균자책점은 4.70. 김시진 넥센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이트를 버리지 않았다. 직구의 볼끝이 좋고, 내야 땅볼을 잘 유도하는 싱커를 던질 줄 아는 나이트와 이번 시즌을 같이 하기로 했다. 대신 고향 미국으로 가서 예전 보다 빨리 무릎을 치료하고 몸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구단을 통해 매일 이메일로 무릎 상태를 체크했다. 그 결과, 나이트는 이미 팀 동계훈련에 합류했을 때 토종들보다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려 놓은 상황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그때 나이트가 무조건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직감했다.
나이트는 2009년 6승(2패), 2010년 6승(5패), 지난해 7승(15패)을 거뒀다. 올해는 13승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우리 팀이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던졌는데 오늘은 야수들의 도움으로 여유를 갖고 던졌다"면서 "삼성에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어 꼭 이기고 싶었다. 우리 마무리 손승락이 막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팀이 이긴다면 상관없다고 말해주었다. 미안해할 필요없다"고 했다. 손승락은 나이트에 이어 9회말 1사에 등판, 나이트가 내보낸 주자 2명을 홈인시켰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