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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원준, 상동 숙소로 다시 들어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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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 때 그러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 아닌가."

롯데 양승호 감독에게 투수 고원준은 애증의 존재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면 애증보다는 애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다. 고원준의 경기, 생활태도 등을 두고 호되게 꾸짖는 경우가 잦지만 누구보다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런 고원준이 2군에 내려간지도 거의 1달째가 되가는 시점. 9월1일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추가 엔트리로 5명의 선수를 1군에 더 불러올릴 수 있다. 31일 부산 LG전을 앞둔 롯데 덕아웃에서는 고원준의 합류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잊을만 하나까 고원준 이름이 다시 나온다"며 웃고 말았다. 이번 추가 엔트리 5인에 고원준이 포함될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양 감독이 고원준에 대해 완전히 미련을 버린 것은 아니다. 최근 2군 생활에 대한 보고를 철저히 받고있다. 양 감독은 "고원준이 2주 전에 다시 상동 숙소로 들어갔다. 야구에만 집중해보겠다는 의지 아니겠는가"라며 기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시즌까지 상동 2군 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했던 고원준은 올시즌을 앞두고 당당히 독립을 했다. 물론, 혼자 생활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올시즌 부진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다 보면 절제력을 잃기 쉬운 것이 사실. 양 감독은 "한두번이었으면 눈감고 넘어갔겠지만 계속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고 설명했다.

고원준의 나이는 이제 22세. 한창 혈기왕성할 시기다. 양 감독은 "충분히 이해는 한다. 나도 젊은 시절 그랬다. 지인들도 만나고 술도 한잔씩 하는 것은 괜찮지만 경기, 훈련에 지장을 줄 정도면 안된다"며 "부산에서 롯데 선수들은 인기스타이지 않나. 자연스럽게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선을 지키지 못하면 매우 힘들어진다"고 밝혔다. 양 감독도 마찬가지다. 구단 관계자나 지인 등을 통해 식사 약속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어온다고. 하지만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나가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양 감독은 "어린 나이에 지난해 잘 던져 연봉 1억원을 받지 않았나.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금세 연봉 2억, 3억원을 받을 수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물론, 양 감독의 말 속에는 고원준이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