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안타요? 욕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것만은…."
롯데 손아섭. 이제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는 대표선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전지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변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최다안타 타이틀은 노려보겠다"고 할 정도로 안타에 있어서 만큼은 페이스가 좋았다.
이런 손아섭이 최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단순히 최다안타 경쟁에서 힘든 싸움을 펼치기 때문은 아니다. 손아섭은 "지난 3년을 돌이켜볼 때 최근의 타격 밸런스가 가장 좋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30일 기준으로 손아섭은 121개의 안타를 기록,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1위 김태균(한화)이 129개를 기록해 격차가 8개로 벌어졌다. 계속 4~5개의 격차를 유지해왔다. 잡힐 듯 말 듯 했다. 하지만 4할에 도전하는 김태균의 최근 페이스를 감안했을 때 8개는 큰 차이. 손아섭은 "냉정히 타이틀 도전은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타이틀이 아니다. 무너진 타격 밸런스가 손아섭을 힘들게 한다. 손아섭은 지난 3일 열렸던 삼성전 이후 3안타 경기를 기록하지 못했다. 안타 1개씩을 치며 연명해갔다. 26일 두산전에서 2안타를 치며 삼성전 이후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9일 SK전에서는 홈런도 터뜨렸다. 하지만 본인은 걱정이 앞선다. 손아섭은 "단순한 성적이 중요한게 아니다. 내 스스로 냉정히 평가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스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민감한 선수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다고 한다. 손아섭은 "경기가 끝나면 계속해서 좋았을 때의 비디오를 돌려보고 스윙 연습을 한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 진짜 타격폼이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그래도 손아섭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손아섭이 빠진 롯데 타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노선을 수정했다. 개인 타이틀은 머리에서 지우기로 했다. 손아섭은 "최다안타왕이 중요한게 아니다.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다. 매경기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내가 맡은 역할을 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상황에 맞는 팀배팅 등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 지금은 김태균과 격차가 벌어졌지만 본인이 욕심을 버리고 팀이 승승장구 한다면 타이틀 경쟁도 자연스럽게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손아섭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어했다. 손아섭은 "그래도 3할 타자로서의 자존심은 꼭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손아섭의 현재 타율은 3할6리다. 3할을 달성하면 3년 연속 3할타자로서 이름을 남기게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