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심란한게 사실이다."
두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자의와 무관하게 프로야구 한화의 차기 감독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며 더욱 잠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신분은 청소년대표팀의 수장인 만큼 눈 앞에 닥친 대회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의 감독을 맡은 이정훈 감독(북일고). 이 감독은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감독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국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물론,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서 이번 대회 출사표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 감독과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소속팀과 2년 연장계약에 합의했다. 때문에 이 감독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인터뷰 말미 차기 한화 사령탑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에 대한 심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 감독은 "중요한 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연일 기사가 나와 솔직히 심란하다"고 말하며 "지금은 한화 감독직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운도 남겼다. 이 감독은 "우승 후 구단이 만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만나자고 하면 안 만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만나자고 해도 만날 것이고 일본 프로팀에서 만나자고 해도 만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자세히 밝혔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대만과 일본의 전력이 매우 좋다. 우리는 한 경기를 통째로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윤형배(북일고)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마운드 운용을 다채롭게 가져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선에서 콜롬비아 정도를 제외하고는 만만한 팀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호주, 콜롬비아, 네덜란드, 미국, 베네수엘라와 함께 예선 A조에 속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네덜란드와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