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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美 열혈맘'선생님에게 배우는 0교시 체육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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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적인 어린이=활동적인 정신(Active Kids=Active Minds).'

학교체육 '0교시 프로젝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복스(BOKS)' 프로그램 창시자인 캐슬린 털리 이사(43)의 이메일 인사말이다. '많이 움직일수록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복스의 기본이념이기도 하다. 털리 이사가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아디다스코리아 본사를 찾았다. 학교체육 솔루션 기업 위피크 강사들을 상대로 유쾌한 연수에 나섰다.

▶엄마가 가르치는 0교시 체육

털리 이사는 미국 보스턴에 산다. 8세 여자아이, 11세 남자아이를 둔 엄마다. 43세의 나이가 무색해 보이는 탄력 넘치는 몸으로 '0교시 체육활동'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세계를 누빈다. 미국 캐나다 등 미주 지역은 물론 일본 한국 등에서 호응이 뜨겁다.

털리 이사는 20년 가까이 금융기관에서 일했다. 스포츠를 취미로 즐기긴 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체육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스스로 '커리어 혁명(Career Revolution)'이라 칭할 정도다.

평범한 엄마로 살 뻔한 그녀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건 학교체육 분야의 석학 존 레이티 하버드대 박사의 명저서 '스파크'다. '스파크'를 읽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운동은 뇌를 위한 기적의 영양제'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운동은 우리 뇌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믿음에 '0교시 체육이 학습을 돕는 신경세포 성장인자의 촉진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증가시킨다'는 일리노이대학의 연구 결과는 확실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열혈엄마' 털리 이사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섰다. 아이들의 미래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인터넷과 교육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엄마표' 게임들로 즐거운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레이티 교수에게 0교시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불과 12시간만에 레이티 교수의 긍정적인 답장이 도착했다. 의기투합했다. 마침 스포츠 브랜드 리복이 스폰서를 자청했다. 일사천리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엄마는 힘이 세다.

▶놀이처럼 즐기는 0교시 체육, 학교가 즐거워진다

'운동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건강해지고, 성적이 좋아지고, 삶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털리 이사가 창안한 '복스' 프로그램은 더 나은 학습활동을 위해 아이들의 정신과 신체를 자극하는 0교시 체육활동 프로그램이다. 주2~3회 수업 전 40분 가량 체육수업을 진행한다. 보통에서 다소 격렬한 정도의 신체활동을 경쟁이 아닌 즐거운 상황에서 게임처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체육활동을 이끄는 것 역시 체육전공자나 교사가 아니다. '리드 트레이너(lead trainer)'라고 불리는 이들은 부모나 교직원들이다.

지난해 사회문제로 비화된 학교폭력을 퇴치하기 위해 학교체육 정책을 적극 도입중인 교육과학기술부나 일선 학교에서 고민하는 강사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경쟁이 아닌 즐거운 게임 방식에 보편타당하고 구체적인 매뉴얼이 존재해 누구나 쉽게 진행할 수 있다.

학교에 도착하면 우선 자유롭게 놀이를 즐긴다. '복스 록스'라는 응원가를 제창한 후 준비운동 게임으로 몸을 푼다. 워밍업을 통해 심박수를 끌어올린다. 달리기가 포함된 게임으로 완전히 예열을 끝낸다. 본게임인 '오늘의 스킬' 역시 릴레이경주 장애물 경기 등 즐거운 게임 형식이다. 벌칙은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다.

복스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양학적인 관점의 교육'이다. 수업 말미에는 언제나 운동과 음식, 영양의 관계에 대한 교육을 빼놓지 않는다.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콜레스테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알아맞히는 퀴즈를 낸 후,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을 3가지 이상 챙겨먹는 숙제를 내주는 식이다. 영양학 교육은 실생활에서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털리 이사는 "탄산음료나 달달한 음료수를 주면 오히려 아이들이 다른 음료를 달라고 말한다. 당분과 칼로리를 이야기하며, 과자 대신 과일을 달라는 아이들도 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바뀌고 있다"며 즐거워 했다.

지난 2년간의 '0교시 체육'의 효과 역시 설문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복스 프로그램을 적용한 뉴욕, 워싱턴, 보스턴 내 24개교 학부모 및 학생 설문 결과 93%의 학부모와 86%의 학생이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는 응답을 내놨다. 복스 프로그램의 영양학적 지식은 실제 생활에서도 효과를 드러냈다. 79%의 학부모, 64%의 학생이 복스 프로그램 적용 이후 '보다 건강하게 먹는다'고 답했다. '훨씬 더 활기가 넘친다'(학부모 88%) '체력단련에 보다 관심을 가진다'(학부모 80%) '보다 자신감 있다'(학부모 73%) 등 긍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날 털리 이사가 10여명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업에서도 '즐거운 효과'는 감지됐다. 아이들은 후프로 성을 쌓은 후 스펀지공을 던져 상대의 성을 무너뜨리는 게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 팔굽혀펴기 벌칙을 수행하는, 진 팀도 신이 났다. "한번 더해요!" 아이들의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