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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트로닉스 품는 동부그룹, 승자의 저주 풀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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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M&A(인수합병)에는 상반된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시너지 효과로 연결되는 미래 투자, 그리고 과욕으로 인한 향후 재무 불안정이다.

동부그룹이 최근 대우일렉트로닉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재계 주변에선 환호성과 함께 경고음이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1999년 이후 최장수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저평가 우량기업'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대우일렉은 지난해 1조6854억원의 매출에 50억원의 영업이익, 올해도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이 500억원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넘게 5차례 새주인을 맞으려 했지만 번번이 막판에 틀어졌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6번째 매각 작전은 일단 8부 능선을 넘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자산관리공사는 지난주 본입찰에 응한 3곳 중 동부그룹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9월초 양해각서 교환 이후 실사를 거친 뒤 11월쯤이면 본계약을 할 수 있다. 인수예상금액은 3700억원선.

동부그룹은 반색하고 있다. 2002년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인수했고, 이후 동부CNI에서 전자재료, 동부LED와 동부라이텍이 LED를 생산중이다.

동부로봇은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산업용 전자제품 생산에서 소비재인 가전 생산까지 겸하게 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동부제철에서 만드는 강판도 대우일렉트로닉스에 사용할 수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도 좋아지고 있다. 종합전자기업군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승리감에 도취되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승자의 저주는 기업의 인수합병에서 원하는 바를 이뤘지만 과도한 지출이나 투자로 이후 모기업이 부실화 되는 현상을 말한다. 동부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동부하이텍의 생존을 위해 김준기 회장이 사재를 출연(3500억원)하는 등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다. 산업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도 여전하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인수 금액이 그리 크진 않지만 그룹의 재무위기관리 측면에서만 본다면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라고 꼬집었다. 산업은행도 이번 M&A가 동부그룹의 재무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나쁜 예도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지만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유진그룹 역시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여러차례 홍역을 앓았다.

이런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듯 동부그룹 주변에서는 김준기 회장이 이번에도 사재를 출연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과 오너 가족의 사재 출연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하지만 자금 마련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룹에 부담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 3700억원 중 절반 정도는 외부투자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나머지 절반만 놓고보면 큰 금액이 아니다. 동부그룹은 자산이 50조, 매출이 30조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력계열사들이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나눠 진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그룹 재무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