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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 마무리 전업, 과연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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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이 내년 시즌에도 마무리 투수로 뛸 것을 선언했습니다. 작년 팔꿈치 수술 이후 빠르게 재활해 그라운드에 복귀한 봉중근에게 4일 휴식 후 5일 만에 등판해 100개가 넘는 투구수를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보다 매일 같이 불펜에 대기하지만 적은 투구수로도 충분한 마무리 투수가 선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LG는 올 시즌 초 외국인 투수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지만 4월 내내 제구력 불안에 시달리며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리즈 대신 5월부터 LG의 뒷문을 지킨 것은 봉중근입니다. 5월 1일 잠실 한화전에 등판해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둔 봉중근은 13경기 연속 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서 탄탄대로를 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6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9회초 2사 후 강민호에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에 분을 이기지 못한 봉중근은 불미스러운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했고 LG는 연패를 거듭하며 5할 승률에서 밀려나 7위까지 추락했습니다. LG로서는 성적인 물론 팀 분위기마저 일거에 무너져 내린 부정적인 의미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다시는 화를 참지 못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봉중근은 LG의 투수 중에서 가장 마무리 투수에 적합한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결코 상대 타자를 피해가는 법이 없는 승부욕의 화신이며 여전히 140km/h대 중반의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와 올림픽, WBC 등 각종 국제 대회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도 갖추고 있습니다. LG가 전성기를 누렸던 1990년대에는 김용수와 이상훈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는 점 역시 봉중근의 마무리 전업에 설득력을 더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LG가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꿈을 현실화하는 순간이 온다면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MVP를 차지한 김용수처럼 봉중근이 마운드에 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봉중근이 마무리 투수로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후반기 들어 봉중근은 7경기에 등판해 1패 3세이브를 거두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봉중근은 자신에게 주어진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를 거뒀지만 기회는 단 3번에 불과했습니다. 후반기 들어 LG의 선발 투수진이 붕괴되어 경기 초반부터 대량 실점하면서 리드를 허용해 LG 타선은 따라가기 급급했고 결과적으로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등판할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문제는 내년 시즌 LG의 선발 투수진은 현재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1선발 주키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한계를 노출한 리즈는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류제국과 정찬헌이 가세한다고 하지만 선발 투수진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국내 무대에 경험이 없는 류제국과 팔꿈치 수술을 두 번 받은 정찬헌은 그야말로 변수이지 상수가 아닙니다. LG의 제1선발은 김광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발 투수진이 취약한 LG에서 봉중근이 마무리로 전업한다면 현재와 같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올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팀들이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넥센처럼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도 몇 년 째 고전하고 있는 팀도 있습니다. 즉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가 곧 4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올 시즌 LG의 최대 약점이었던 선발 투수진의 붕괴는 내년 시즌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해 벤치나 데우지 않을까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