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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배우가 살아남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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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살아남는 법은?"

알고 보면 치열한 경쟁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 영화판이다. 중요 배역을 하나 따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름을 이미 알린 인기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돋보이지 않으면 도태된다. 생존의 문제다.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 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개봉을 앞둔 '공모자들'에 출연하는 임창정의 경우를 보자. 그는 코믹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1번가의 기적' 등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코미디 장르에서의 티켓 파워도 만만치 않다. 본인도 "웃긴 역할이 편하다. 살면서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웃음을 표현하는 게 전공"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대변신을 시도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 집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여기서 장기밀매 총책 영규 역을 맡았다. 영화 내내 임창정은 진지한 표정과 카리스마 있는 눈빛을 보여준다. 부산 사투리와 투박한 몸싸움으로 거친 남성의 느낌을 표현했다. 대중에게 익숙했던 개구쟁이 임창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의외의 역할에 임창정을 캐스팅한 김홍선 감독은 "예전부터 코믹 연기를 많이 하셨는데 '1번가'의 기적에서도 진지한 면이 많이 나타났다.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잘해줄 거란 것에 대해 의심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임창정은 "이렇게 진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스릴러물을 좋아해서 이런 영화를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늘 기다려왔다. 나의 스펙트럼을 넓게 할 수 있는 은인이 나타난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건 연기자로서 그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것은 충무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주지훈이 이런 케이스다. 과거 그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로 대중에게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망가졌다. 충녕대군이 그와 똑같이 생긴 노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충녕대군과 노비, 1인 2역을 맡아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코믹 연기를 하다 진지한 연기를 선보인 임창정과 반대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선 같다.

충무로에서 살아남는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다른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다. '도둑들'의 전지현이 대표적이다. 11년 전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덤에 올랐다. 톡톡 튀는 발랄한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몇 편의 해외 영화에 출연하면서 '외도'를 했다. 이땐 대중의 주목도도 '한창 때'보다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도둑들'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다시 만났다. 전지현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전지현은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전지현은 차기작 '베를린'에선 다른 성격의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호흡을 맞췄던 차태현도 같은 경우다.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 등에 출연한 그는 '코미디 제왕'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코미디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해 '차태현표 코미디'를 보여줬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400만 관객을 뛰어넘었다. 박스오피스에서도 '이웃사람', '도둑들'과 함께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코미디 장르에선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배우"란 사실을 입증한 차태현은 '역시 차태현'이란 말을 듣고 있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