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 소식. KIA에 반갑지 않은 변수다.
15호 태풍 '볼라벤'이 지나가기 무섭게 대만 쪽에 머물던 14호 태풍 '덴빈'이 서해를 향해 북상중이다. 대만을 쑥대밭으로 만든 주범. '볼라벤'이 뚫은 태풍의 길을 따라 한반도에 비바람을 뿌릴 전망이다. 기상청 예상 진로에 따르면 30일 오전 서귀포 남서쪽 약 29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31일 오전에는 목포 서북서쪽 약 180㎞ 부근 해상에 진입할 전망.
이미 28일 군산 LG전이 취소된 데 이어 자칫 주중 또 한차례 이상 우천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KIA는 28~30일 군산 LG전에 이어 31일과 9월1일에는 광주에서 한화를 만난다. 일요일인 2일에는 장소만 대전으로 이동해 한화전을 치른다. 취소 경기가 예비일로 넘어갈 경우 가장 적은 경기(28일 현재 101경기)를 소화한 KIA로선 막판 연전이 불가피하다. 최대 8연전까지만 가능하지만 취소경기가 많아지면 자칫 막판 더블헤더까지 하지말라는 보장도 없다. 시즌 후 부산에서 열릴 아시아시리즈 등으로 인해 늦어도 10월7일부터는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비가 더 오면 곤란하다. 연전이 이어질 경우 6선발 체제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양현종이나 박경태가 선발로테이션에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썩 강한 편이 아닌 불펜의 과부하도 문제다. 선 감독은 "상황에 따라 투수 엔트리를 기존의 12명에서 13명으로 늘려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타선이 약한데 야수를 하나 빼고 경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걱정"이라며 불가항력의 엔트리 조정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역전 4강을 꿈꾸는 KIA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존의 5선발 체제가 무리 없이 가동되는 그림이다. 현재 상태만으로도 4위와의 승차를 뒤집기가 결코 쉽지 않은 현실. 강팀과의 잔여 경기가 많은 탓이다. 잔여 32경기 중 삼성, SK, 롯데 등 3강 팀과 각각 7경기 씩 총 21경기(66%)가 남아있다. 3강과의 경기에서 KIA의 최대 강점인 선발 야구를 풀 가동해 5할 이상 승률은 거둬야 마지막 희망이 있다. 선 감독도 "삼성, SK, 롯데 이 세 팀과의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데 결국 여기서 승부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일전을 각오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비가 더 올수록 KIA의 일정도 점점 더 빡빡해진다. 딱 그만큼 100% 정상 전력 가동이 힘들어진다. 강팀들과의 진검 승부를 남긴 KIA 벤치. 물기를 잔뜩 머금은 어두운 하늘에 눈길이 머물 수 밖에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