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한대화 감독 경질사태로 커다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임기보장 약속을 저버린 행태가 부각되면서 팬들을 물론 야구계의 지탄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구단의 이미지가 실추되자 모기업인 한화그룹에서도 난리가 났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 경질사태로 인해 지적된 문제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내부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상처받은 팀 분위기를 하루빨리 추스르기 위해서다. 이번 경질사태로 드러난 3가지 문제점은 한화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전력을 갖추고 성적을 기대하라
한 야구인은 "한화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자. 현재 한화의 전력을 뜯어보면 다른 팀에서 1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지 포지션별로 따져보자"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한화 야수들을 포지션별로 비교해 보면 1루수 김태균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다른 팀 소속이었다면 주전자리를 보장받기 힘들다는 게 야구계의 냉정한 평가다. 하지만 구단은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이 가세했다고 해서 '우승'이란 단어를 동원했다. 구단에서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잡아놓고 현장에서 따라주지 못하자 한 감독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제대 1개월을 남긴 정현석이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에 타선은 보강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력이 강화된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게다가 마운드의 구멍이 불가피하다. 양 훈과 김혁민이 입대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에이스 류현진은 올시즌 이후 미국진출을 노리고 있다. 설령 1년을 더 한화에 남는다고 해도 류현진의 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상태의 전력을 놓고 천하의 명장이 온다고 한들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지적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무너진 선수들 마음을 잡아라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시즌 초반 수석코치 등 한 감독이 데려온 코치들을 2군으로 강등시켰을 때부터 선수들은 의욕을 상실했다"고 토로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의기투합하며 마음을 맞춰왔던 코치들을 시즌 초반에 너무 일찍 잃어버리니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게 이 선수의 절규다. 지난 5월 한화가 한 감독의 의사에 반해 이종두 수석코치, 강성우 배터리코치 등을 2군으로 내려보낸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다른 선수는 "유례없이 감독 의사와 다른 코칭스태프 대이동에 선수들이 술렁거렸다"면서 "갑작스런 코치진 변경으로 1군과 2군의 타격 지도방식이 크게 달라 힘들어 하는 선수들도 많았다"고 꼬집었다. 결과론이지만 이 때부터 선수들이 동요했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진작부터 힘들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선수들을 또 상처를 받았다. 객관적인 전력 약체인 한화가 마음고생까지 덤터기로 얻었으니 앞날은 더 우울할 수 있다. 구단에 대한 선수단의 불신 더이상 방치하면 큰일이다.
▶구단과 감독의 영역 확실하게 하라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이왕 줄거면 화끈하게 다 줘버리고, 구단에서 개입할거면 감독과의 합의 하에 완전히 장악해야 한다"면서 "한화는 이에 대해 너무 어정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가 한 감독과 마찰을 빚을 정도로 코칭스태프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수석코치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다른 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모든 전권을 감독에게 주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지난 5월 수석코치를 변경하면서부터 버림받을 것을 예감했다고 토로했다. 코칭스태프 인사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영입과정에서도 자꾸 엇박자가 났다. 구단이 감독의 영역을 존중하지 못한데 따른 악재였다. 한화는 지난해 5월 사장과 단장이 일시에 바뀌는 초유의 진통을 치른 바 있다. 그 당시 한화 구단측은 구단 창단 이후 최고의 시련기라고 했다. 한데 그런 시견기에도 감독 의사에 반한 코치진 인사는 없었다. 아무리 구단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 사령관인 감독만큼 코치들의 특성과 선수들과의 조화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반풍수 집안 망친다고, 구단이 어설프게 현장에 개입했다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