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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스타트에 대한 비판론,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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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스타트는 부끄러운 기록이다."

최근 KIA 선동열 감독이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다. 퀄리티스타트. 말 그대로 선발투수가 양질의 투구를 했을 때 주는 기록이다. 척도는 역시 투수가 책임져야 하는 점수인 자책점이다.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일 경우, 퀄리티스타트가 주어진다.

최근 프로야구를 보면 '시즌 몇번째 퀄리티스타트', '퀄리티스타트에도 불구하고 패전'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에 대한 비판론이 있다. 6이닝 3자책점의 경우 평균자책점이 4.50이다. 4점대 평균자책점을 갖고, 훌륭한 투구를 했다고 평하는 건 다소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사실 퀄리티스타트가 국내 야구팬들에게 익숙해진 건 메이저리그에서 뛴 박찬호 덕분이다. '그래도 잘 던졌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쓰던 퀄리티스타트란 용어를 들여온 것이다. 90년대까지 국내 야구에서 퀄리티스타트란 용어는 너무나도 낯선 말이었다.

퀄리티스타트가 다승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재는데 적합한 건 사실이다. 다승은 본인의 호투뿐만 아니라 팀 타선의 도움도 적절히 받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구원투수가 승리요건을 잘 지켜줘야 한다. 외부 요인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는 다승의 기본 요건인 5이닝이 아닌 6이닝 이상을 투구해야 하고, 자신이 책임질 실점이 3점 이하여야 한다. 투수 개인에 초점을 맞춘 기록이다.

퀄리티스타트에 대한 비판론은 이젠 너무 흔해진 기록이라는 데서 나온다. 모름지기 선발투수라면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올시즌 8개 구단이 치른 경기는 28일까지 총 838경기. 838명의 선발투수가 등판했다는 말이다. 이중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384회. 선발등판해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한 비율이 무려 45.8%다. 퀄리티스타트 확률이 절반에 가깝단 얘기다.

퀄리티스타트에 대한 비판론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이젠 너무나 흔해진 기록인데다 이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안주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에 투수들은 지레 더 못 던지겠다 하고, 발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을 비롯해 현장의 지도자들이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이젠 관점을 퀄리티스타트 이상으로 돌려야할 것 같다. 퀄리티스타트는 한 팀의 4,5선발급 투수들에게나 적합한 지표가 됐다. 아직 6이닝 소화가 버겁고 3점 이하로 막기엔 불안한 투수들이 퀄리티스타트를 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퀄리티스타트+(플러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퀄리티스타트와 나란히 집계하는 기록이다. 이는 투수들의 이닝 소화력에 좀더 집중했다. 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로 막았을 때 주어진다. 평균자책점으로 환산하면 3.86이다. 이 역시 눈에 띄는 평균자책점은 아니지만, 퀄리티스타트의 4.50보다는 훨씬 낫다.

이는 분명 퀄리티스타트에 비해 분명 희귀한 기록인 것은 확실하다. 올시즌 퀄리티스타트+는 총 185번 나왔다. 전체의 22.1%다. 퀄리티스타트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퀄리티스타트+ 순위를 보면, 국내 지도자들의 한숨이 이해도 간다. 퀄리티스타트+가 10회를 넘긴 투수는 총 4명. 하지만 이중 토종 에이스는 한화 류현진(13회) 1명 뿐이다. 올시즌 고작 5승(8패)을 챙기고 있는 류현진의 불운을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는 넥센 나이트와 두산 니퍼트다. 총 14번을 했다. 두 명 모두 검증된 외국인선수로서 나이트는 평균자책점 1위(2.23) 다승 공동 2위(12승)에 올라있고, 니퍼트는 평균자책점 8위(3.21) 다승 5위(11승)에 올라있다. 롯데의 왼손투수 유먼은 류현진에 이어 12회로 4위에 올라있다. 올시즌 국내 무대를 주름잡는 외국인선수들이다.

두산 이용찬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이용찬은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유먼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삼성 배영수, 한화 김혁민이 8회로 뒤를 이었다. LG의 왼손 에이스 주키치는 15번의 퀄리티스타트에도 퀄리티스타트+는 8번에 그쳐, 10위권 선수 중 퀄리티스타트+/퀄리티스타트 비율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