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 '약속의 땅'은 카디프다. 여자 축구에겐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추억이 있다. 2010년 열린 여자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에서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사상 첫 우승이라는 벅찬 성과를 올렸다. 그해 앞서 독일서 열린 여자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 3위에 머문 아쉬움을 단번에 풀어냈다. 북한과 중국, 일본에 밀려 '아시아 4등'으로 치부됐던 한국 여자 축구가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승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만나 세 골씩을 주고받는 대공방전 끝에 승부차기서 승리를 거둔 감동 드라마가 있었기에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일본은 30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릴 2012년 여자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8강전을 한풀이 무대로 삼고자 한다. 산케이스포츠와 스포츠닛폰 등 일본 스포츠지들은 29일 한-일전 예고기사에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복수'를 언급했다. 한국은 여민지(19·울산과학대) 등 당시 일본전 승리의 주역이 8명이나 된다. 하지만 일본 역시 다나카 요코(19·고베 아이낙) 등 에이스들이 한국전의 기억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나름의 동기부여를 하는 모습이다. 요코야마 구미(19·오카야마)는 스포츠닛폰을 통해 "어떤 경기도 이기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결선 토너먼트는 이기지 못하면 탈락이다. 게다가 상대가 한국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의 결승전 (패배는) 정말 억울했고, 아직까지 기억이 남아 있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이번 대회서 일본 팀 최다득점 및 공격포인트(4골2도움)를 기록 중인 다나카 역시 "당시의 억울함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설욕을 다짐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당시 한국 승리의 주역이었던 여민지에 대한 관심도 특별하다. 28일 도쿄 니시마치의 아지노모토 경기장 보조구장서 열린 한국 훈련을 지켜보면서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부상한 여민지의 출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스포츠호치는 '한국의 에이스 여민지가 일본전에서 복귀한다'며 여민지가 "죽기살기로 뛰겠다"고 밝힌 각오를 전했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