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 31경기 출전, 28타수 5안타 타율 1할7푼9리에 4타점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이 선수의 팀 내 존재감은 대단하다. 실제로 최근 정강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자 "롯데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 주인공은 백업포수 용덕한이다. 지난 6월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포수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백업포수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주전 강민호 혼자 전경기에 나설 수 없다. 그래서 롯데는 용덕한을 원했다.
▶"민호는 우리팀 전력의 50% 이상이지 않나."
지난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팀 중 승리하는 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결과적으로 롯데의 1점차 신승, 용덕한의 결승 스퀴즈 번트가 화제거리였지만 눈여겨볼 만한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용덕한이 투입되기 전, 그리고 투입된 후의 경기내용이다.
이날 경기에서 주전포수 강민호가 포구를 하다 왼 엄지 타박상을 당했다. 선수보호차원에서 5회초부터 용덕한이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에게 투런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강민호도 두산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하지만 용덕한은 더 잘막았다. 5회부터 두산 타선이 쳐낸 안타수는 0개. 6회 이원석이 볼넷으로 출루한게 유일했다. 삼진만 6개를 당했다. 그만큼 롯데 배터리를 공략하지 못했다는 뜻. 허를 찌르는 볼배합이 돋보였다. 두산 타자들의 당황하는 표정이 보일 정도였다.
용덕한 효과였다. 최근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 누구보다 그들의 승부 스타일을 잘 알았다. 하지만 용덕한은 겸손했다. 그는 "나도 그들을 잘 아는만큼 그들도 나에 대해 잘 안다. 내가 특별히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이대로 간다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과 맞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포스트시즌은 일단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우선.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한 용덕한이 선발로 마스크를 쓰는 작전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용덕한은 "민호는 우리팀 전력의 50% 이상이다. 상대팀이 누구든 민호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며 "내 역할은 백업"이라고 힘줘 말했다.
▶12월 결혼 "예비신부를 생각해서라도 이를 악문다."
부산 홈경기를 치를 때 롯데 선수들의 출근시간은 보통 오후 2시경이다. 3시쯤 미팅을 시작으로 본격적은 경기 전 훈련에 돌입한다.
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는 정오가 되면 어김 없이 한 선수가 훈련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다. 용덕한이다. 그렇게 텅빈 그라운드에 안전펜스를 스스로 설치하고 묵묵히 타격훈련에 임한다. 용덕한은 "올해만 야구하고 그만둘 것은 아니지 않겠나"라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훈련을 통해 채워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용덕한은 뛰어난 수비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박정태 타격코치는 "공을 때릴 때 힘이 잘 실리지 않는다"며 자신있게 스윙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용덕한 본인도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무래도 실제 날아오는 공을 때리는 훈련이 그냥 스윙을 하는 훈련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다행히 용덕한을 돕는 친구들이 있다. 경기장에 일찍 출근해 선수들의 훈련 준비를 돕는 보조선수들이 용덕한의 든든한 지원군. 베팅볼도 던져주고 훈련 정리도 돕는다. 용덕한은 "훈련을 마치면 시원한 커피로 보답한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덕한에게 2012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해가 됐다. 프로선수 인생 처음으로 소속팀이 바뀌었다. 또 용덕한은 오는 12월 새신랑이 된다. 6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는 것. 결혼식을 올린 후 부산에 신혼집을 차릴 계획이다. 부산에, 롯데맨으로서 확실히 자리하겠다는 용덕한의 의지가 담겨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용덕한은 "이제 나도 가장이 된다. 다른 모든 이유를 제쳐두고서라도 예비신부를 위해서 이를 악물어야하지 않겠나"라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