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 골프계가 뜨겁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하반기에 접어들어 매주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반기만 해도 김자영(21·넵스)의 독주 형국이었다. 그러나 후반기엔 1인 독주시대가 막을 내린 듯 하다.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다.
하반기 일정은 지난 10일 히든밸리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9월21일 개막하는 KDB대우증권 클래식까지 7주 연속 이어진다. 3개 대회가 끝난 현재 히든밸리 오픈에선 김자영이 우승컵을 안안았다. 전반기에만 2승을 거두며 신드롬을 일으킨 김자영은 후반기에도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1주일 후에 열린 넵스마스터피스에선 양제윤(20·LIG)이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다. 3주차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여자오픈에선 이미림(22·하나금융그룹)이 챔피언에 올랐다. 이미림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상금랭킹 2위(2억3600만원) 자리를 단번에 차지했다. 상금 선두(3억43000만원)를 달리고 있는 김자영을 바짝 추격중이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상금왕 자리는 안갯속이다. 남아 있는 대회가 많은데다 상금 규모도 크다. 상금이 가장 많이 걸려 있는 한화금융 클래식(9월6일 개막)은 총금만 12억원이며 우승 상금은 무려 3억원이다. 우승 한번으로 상금랭킹 상위권에 올라 설 수 있다. 게다가 9월13일 열리는 KLPGA선수권대회도 총상금이 7억원 등 선수들에게 기회는 충분하다.
이 처럼 KPGA 투어는 매주 우승자의 얼굴을 바꾸고, 상금 랭킹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재미와 흥미를 주고 있다.
결국 살인적인 스케줄은 실력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모습이다. 양제윤과 이미림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으로 아마추어 시절 주목받았던 선수들이다.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활용한 장타자인데다 정교함까지 갖췄다. 짧은 프로 경력 탓에 쇼트게임이 약했지만 올시즌 이를 극복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교생 돌풍'의 주인공인 김효주(17·대원외고)가 올 가을 프로 전향을 앞두고 있다. 김효주가 프로로 데뷔해 투어에 뛰어들 경우 상금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 선수들에겐 체력 안배가 가장 큰 숙제로 떠올랐다.
매주 대회가 있을 경우 선수들이 쉴 수 있는 날은 거의 없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이 끝나면 곧바로 대회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보니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집중력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3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포천의 일동레이크 골프장(파72·6509야드)에서 열리는 LIG손해보험 클래식(총상금 5억원·우승 상금 1억원)은 7주 연속 이어지는 강행군의 네번째 대회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