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이 생애 첫 CF촬영에 나섰다.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현대자동차 아반떼 CF현장에서 만난 양학선은 변함없이 유쾌했다. 에너지가 넘쳤다.
지난 6일 런던올림픽 남자체조 도마에서 대한민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지 20여일만에 처음으로 구름판 앞에 섰다. 귀국 이후 각종 체조대회 행사장, 사인회에 불려다니느라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오랜만에 마주한 도마 앞에서 언제나처럼 신명이 났다. "전국체전도 얼마 안남았으니 오랜만에 몸 한번 푼다 생각하고 열심히 뛰어야죠"라며 눈빛을 빛냈다. 생애 첫 CF에서 자신의 전공인 '도마 연기'를 펼치게 됐다.
올 들어 처음으로 3주 넘게 훈련을 쉬었다. "어깨, 허벅지 근육이 많이 빠졌다" "잘될지 모르겠다"던 걱정은 순전히 엄살이었다. 과연 올림픽 챔피언다웠다.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전력질주했다. 공중에서 반바퀴를 돈 후 2바퀴반을 비틀어내리는 '여2'를 보란듯이 깔끔하게 꽂아냈다. 퍼펙트한 '클린 연기'였다. 스태프들이 눈앞에 펼쳐진 전광석화 같은 광경에 박수를 쳤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세계적인 포디움에서 선보이는 기술 '여2'를 CF현장 리허설에서 가볍게 선보였다. 양학선이 광주체고 재학 시절이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구사했던 기술이다. 이후 양학선은 여기에 반바퀴를 추가한 세상에 없던 신기술 '양1'으로 도쿄세계선수권, 런던올림픽을 휩쓸었다. 약관 스무살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실제 경기가 아니라 CF니, 살살 하라"는 주변의 걱정어린 조언에 "오래전부터 해온 기술이다. 괜찮다"며 싱긋 웃었다. 양학선 사전에 대충은 없었다. 전력을 다해 뛰었고, 최선을 다해 돌아냈다. "한바퀴 돌아내리는 법을 오히려 잊어버렸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수만번 돌아온 회전수가 몸에 붙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순간 기술은 자동으로 따라붙었다.
달리고 짚고 뛰어오르는 거라면,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다. 오히려 가만히 선 채 허공을 응시하는 '시크'한 표정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 "생각보다 어렵다. 오글거린다"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영리한 선수답게 학습속도가 빨랐다. 4~5번만에 기다렸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좋아!"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올렸다. 현장 스태프들도 깜짝 놀랄 만한 적응력을 선보였다.
"연기해도 되겠는데…"라는 스태프들의 칭찬에 양학선이 웃으며 답했다. "에이~ 저는 선수죠. 체조선수!" 순식간에 인생을 바꿔놓은 금메달 스타덤 이후에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금메달 직후 처음 공항에 들어왔을 때 어리둥절했던 때를 빼고는 그냥 담담하다고 했다. "체조를 가장 잘하고, 체조할 때 가장 행복하고. 체조로 인해 큰 사랑을 받았으니 보답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5시간이 훌쩍 넘어서도 지친 기색이 없다. 첫 촬영이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촬영 중간 휴식시간 시구 연습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야구선수 출신인 에이전트 노영호씨(IB스포츠)가 원포인트 레슨에 나섰다. 금세 따라하는 포즈가 제법이다.
생애 첫 CF 촬영 소감에 대해 "직접 찍어보니 TV로 편안하게 보던 것처럼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경험인 만큼 정말 재밌었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다른 스포츠스타들의 CF를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그렇게 멋있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빼놓지 않았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도마의 신' 양학선의 생애 첫 CF는 9월 중순경 온라인을 통해 팬들에게 공개된다. 일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