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한국이름 고보경)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아마추어 선수로 출전한 리디아 고는 27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벤쿠버 골프장(파72·6427야드)에서 열린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쳐 2위 박인비(24)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1997년 4월24일생(15세4개월2일)인 리디아 고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9월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16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알렉시스 톰슨(미국)의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때인 2003년 부모와 함께 뉴질랜드로 건너간 리디아 고는 11살 때 뉴질랜드 여자 아마추어 메이저대회에서 최연소 우승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 주목을 받아왔다. 리디아 고는 올해 1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오픈에서 프로대회 세계 최연소 우승을 차지해 이름을 알렸다. 또 지난 13일에 끝난 US여자아마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미국에서 리디아 고가 10대의 저력을 보여줬다면 한국엔 김효주(17·대원외고2)가 있다. 김효주는 한국(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일본(6월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한국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해 진가를 보여줬다. 김효주는 10월 프로로 전향해 본격적인 투어 생활에 뛰어 들 예정이다.
이 처럼 여자골프계에서 10대들이 언니들을 제치고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 선수들의 경우 17~18세가 되면 성장이 끝나는 시기. 따라서 신체적인 조건은 기존 선배 선수들과 비슷해진다고 보면 된다. 다만 리디아 고의 경우는 특별하다. 아직 소녀의 모습이 남아 있다. 리디아 고의 미래가 더욱 밝은 이유는 앞으로 신체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럽의 성능이 좋아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고반발 클럽의 등장으로 어린 선수들도 충분한 거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리디아 고는 이날 챔피언조에서 한국의 신지애(24·미래에셋)와 동반플레이를 펼쳤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비슷했다. 이렇다 보니 아이언샷은 더 공격적이었고, 정교했다.
김효주 역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71야드에 이른다. 프로들과 비교해도 톱클래스에 들어간다.
생활적인 측면도 작용한다. 10대 선수들은 아직 학생 신분이다. 즉 부모의 손길이 많이 간다. 따라서 골프에만 집중한다. 다른쪽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 리디아 고는 "1년에 친구들과 영화를 보는 게 불과 2~3번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프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심지어 프로보다 더 프로같은 체계적인 훈련으로 자신의 샷을 만들어간다. 프로들은 골프 이외에 것에도 신경 쓸일이 많다. 스폰서 행사나 광고 등에 시간을 써야 한다. 프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경기적인 측면에서도 10대들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아마추어로 출전하면 상금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사심없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날 리디아 고의 숏게임과 퍼팅은 홀에 넣겠다는 의지가 눈에 보일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