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케이블 방송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4'에서 연축성 발성장애를 앓고 있는 한 참가자가 슈퍼위크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인터넷 가수' 연규성 씨는 연축성 발성장애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감동적인 목소리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
한 심사위원은 "연축성 발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노래한다는 것은 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운동선수를 하는 것과 같다"면서 "도전 자체가 정말 멋지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연축성 발성장애가 어떤 질병이기에 연 씨는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을까.
연축성 발성장애(Spasmodic dysphonia)는 일명 '후두 말더듬'이라고 불린다. 발성기관을 형성하는 후두근육들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근육의 수축이 일어나 목소리의 떨림이나 끊김 현상 등의 발성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주로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나타난다.
연축성 발성장애의 목소리 떨림이나 끊김 현상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며 조절할 수도 없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큰 소리로 말을 할 때 특정발음이 잘 되지 않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고음을 내기 어렵고,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쉬어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
연축성 발성장애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환경적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원인과 신경학적인 원인이 동시에 관여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신경학적 원인은 뇌에서 뇌간, 뇌간에서 후두까지 도달하는 신경전달과정에서 일부 억제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과도한 신호를 후두에 보내 발성에 관련된 약 50개의 후두근육 중 일부가 잘못된 움직임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긴장,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나 성대 결절, 폴립 등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연축성 발성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박경유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특별한 단어나 발음을 할 때 목소리가 빠르게 떨리거나 끊기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연축성 발성장애를 의심할 수 있으니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연축성 발성장애는 중추신경계 이상의 신경학적 원인이 관여하기 때문에 신경과나 신경외과의 협진이 필요하다.
연축성 발성장애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후두근육을 찾아낸 후 선택적으로 소량의 보톡스를 주입하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박경유 교수는 "보톡스 주사 치료는 95~99%의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증상을 완화시켜 편안한 목소리를 내도록 유도하는 치료 방법이다. 주사 치료 후 3~4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져 지속적인 보톡스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보톡스 주사 치료는 시술 후 목소리가 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시술 후 세심한 관찰을 요한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