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을 달려온 프로야구가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보통 8월 말이면 4강 판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올해는 1위와 하위권만 확실할 뿐 아직도 안개가 가로막고 있다. 27일 현재 삼성이 2위 롯데에 5게임 앞선 선두이고, 5위 KIA가 4위 두산에 2게임, 6위 넥센이 3.5게임차로 따라가고 있다.
순위 싸움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잔여경기수. KIA가 31경기를 남겨놓고 있고, 넥센이 29경기, 삼성과 롯데가 28경기, 두산과 SK가 27경기를 치러야 한다. 삼성의 두 시즌 연속 우승이 유력한 가운데, 어느 팀이 2위 싸움의 승자가 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5~6위 KIA, 넥센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과 윤석환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 양준혁 SBS 해설위원, 이용철 KBS 해설위원 등 전문가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KIA-넥센의 반전, 어렵다
5명의 해설위원 대다수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함께 롯데, SK, 두산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4강팀 중 두산이 조금 힘이 빠진 모습이지만 KIA, 넥센의 떨어진 전력이 4강 구도 고착화 전망으로 이어졌다.
양상문 위원은 "KIA가 1~2경기 따라붙었다가 다시 미끄러지곤 하는데 결국 힘이 부족해서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4위와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환 위원도 "30경기 정도 남은 상태에서 2~3게임차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지금 구도로 순위가 정해질 것이다"고 했다.
양준혁 위원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의 1위 확정 외에 변수가 많아 예상이 쉽지 않다고 전제를 달면서도 "아무래도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롯데 SK 두산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넥센은 중요한 시기 이택근이 부상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KIA도 전세를 바꿀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준 위원은 삼성만 안정권이고, 롯데 SK 두산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롯데 SK 두산이 유리하다는 전제하의 전망이다. 최대 변수는 KIA의 잔여경기 대진. KIA가 삼성, 롯데와 각각 7게임씩 남겨두고 있는 데 날씨만 도와주면 KIA 투수진 운용이 원활해질 것이고, 반응의 찬스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용철 위원은 "KIA가 최근 타선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KIA는 선발야구를 하는 팀이다. 결국 투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넥센은 지친 주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SK 최근 7연승 악재냐 호재냐
양상문 위원은 2위 경쟁 중인 롯데와 SK 두산 중에서 SK를 가장 높게 평가했다. 화려해 보이는 롯데에 비해 SK가 좀 더 알차고 실속있는 야구를 할 줄 안다는 이유에서다. 시즌 초반 선두를 질주하다가 급전직하해 6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던 SK는 최근 7연승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집중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양상문 위원은 "SK 선수들은 스스로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아 경험이 풍부하다. 중요한 순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고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반면, 윤석환 위원은 SK보다 마운드가 안정적인 롯데에 무게를 뒀다. 한때 흔들렸던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사도스키가 최근 살아났고, 중간계투진이 좋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침체에 빠진 타선인데,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살아나리라는 예상이다. 사도스키는 8월 17일 넥센전 6이닝 7안타 2실점, 8월 26일 두산전 5⅔이닝 2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윤석환 위원은 최근 SK의 7연승을 바라보는 시각이 양상문 위원과는 조금 달랐다. 윤석환 위원은 "7연승을 하며 분위기를 탔다고하지만 , 연승이 그렇게 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팀이 갖고 있는 역량을 볼 때 롯데가 낫다"고 했다.
이용철 위원은 팽팽한 접전을 예상하면서도 롯데의 근소한 우위를 점쳤다. 그는 롯데가 불펜이 안정되면서 최근 1점차 싸움에서 좋은 승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뒷심이 조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정준 위원은 롯데와 SK,두산 중 어느팀이 유리한가를 콕 집어내지 않고 필요한 것을 지적했다. SK는 너무 일찍 치고 올라와 향후 하강세를 어떻게 완만하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라고 했고, 롯데는 타격에 힘이 더 붙어야 탄력을 받고, 두산은 김동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