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23·카디프)의 출국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해 휴식을 취하던 김보경은 당초 28일 출국할 계획이었다. 영국 노동허가증(워크퍼밋)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주한 영국대사관에 서류를 접수한 뒤 개인훈련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키 맥카이 카디프 감독은 당초 25일 브리스톨시티전에 김보경을 투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동허가증 문제가 늦어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결국 맥카이 감독이 직접 나섰다. 구단에 하루빨리 김보경을 합류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카디프 구단 측은 닉 앨포드 사무국장을 한국으로 보내 노동허가증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앨포드 사무국장은 한국 도착 후 주한 영국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비자를 급행으로 받기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구단 사정을 설명하면서 조속한 처리를 부탁했다. 주필리핀 영국대사관에서 발급된 김보경의 노동허가증은 24일 곧바로 전달됐다. 28일 부모님과 함께 카디프로 떠날 예정이었던 김보경은 허겁지겁 짐을 챙겨 이튿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과 챔피언십(2부리그)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진출했으나, 구단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선수를 데리고 나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맥카이 감독과 카디프가 김보경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앨포드 사무국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팀에서는 김보경이 하루 빨리 팀에 도착해 훈련을 하고 적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때문에 직접 찾아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김보경이 영어에 서툴러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성실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 지 충분히 알게 됐다"면서 카디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마도 데뷔전은 9월 2일 울버햄턴전이 될 것으로 본다. 일단은 그 경기에 김보경을 내보내는 것이 팀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