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겠다고 하다가 8강 싸움하려니까 당황스럽네요."
피말리는 8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신태용 성남 감독의 푸념이다. 성남은 올시즌에 앞서 한상운, 윤빛가람, 황재원, 요반치치 등 스타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신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피스컵 등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대와 달리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팀에 녹지 못했다. 부상 선수들도 속출했다. K-리그 최고 수준의 스쿼드라는 명성과 달리 베스트11을 짜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신 감독은 계속된 부진에 서포터스와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수모도 겪었다. 신 감독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9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참 힘들다. 2009년과 2010년에도 힘들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목표를 이뤘다. 그런데 이번에는 꼬여도 너무 꼬여서 어쩔 도리가 없더라. 이러면서 배우는거 아니겠나"고 했다. 그는 "우리팀이 골대 맞춘 횟수가 단연 1위다. 예전 같으면 들어갈 골이 나오는데 답답하더라. 이 중에 단 1승만 더 했어도 지금 상황은 안겪었을텐데…"라며 아쉬워했다.
8강은 신 감독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반드시 상위리그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더 씩씩하게 굴었다. 잠도 잘자고, 밥도 잘 먹는단다. 스트레스는 물론 심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신 감독은 "내가 인상을 쓴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도 밥먹으면서 다른 팀 결과를 챙겨보더라.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라도 좀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쿨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전날 8강싸움을 펼치는 대구와 경남의 승리가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22일 대구는 강원에, 경남은 부산에 모두 2대0 승리를 거두며 8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신 감독은 "대구가 많이 유리해졌다, 인천이 오늘 져야 그나마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될 수 있다. 우리는 두경기서 무조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재밌는 8강 싸움이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신 감독은 "팬들은 즐겁지만 감독들 속은 썩는다"며 웃었다.
중간에 낀 박경훈 제주 감독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8강 싸움을 펼치는 성남, 인천과 연달아 경기를 펼친다. 졸지에 '킹메이커'가 됐다. 박 감독은 "두 팀의 사정을 잘 안다. 우리를 이길려고 강하게 나올 것이다. 근데 우리도 8월 성적이 너무 안좋아서 누굴 봐줄 상황이 못된다"며 웃었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