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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인가 중간인가, 김병현의 종착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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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병현의 최종 보직은 과연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 넥센 김시진 감독은 고민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10여년간의 해외 활동을 정리하고 올해 국내 무대로 들어온 김병현에 대해 넥센은 주축 선발투수로 자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과 위력적인 구위가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김병현은 선발 9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64의 부진을 보인 끝에 지난 2일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서는 3경기에 등판해 8⅔이닝을 던져 5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1군에 복귀한 것은 지난 12일. 그러나 보직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이미 불펜 전향을 염두에 두고 2군서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 19일 부산 롯데전에 복귀 후 처음으로 중간 계투로 등판했다. 1⅔이닝 동안 2점을 허용했고, 직구 구속은 140㎞대 중반까지 나왔다. 7회 1사 만루서 마운드에 올라 전준우와 김주찬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8회에는 박종윤에게 싱커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투런홈런을 맞았다.

김 감독은 "올시즌이 끝나기전 병현이의 보직을 결정해 주려고 한다. 그래야 본인도 납득을 하고 내년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불펜 보직도 임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아마 병현이도 선발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로 준비를 했다가 그팀(애리조나) 사정 때문에 마무리를 맡았던 것으로 아는데 결국 다시 선발로 돌아가지 않았는가"라고 덧붙였다.

실제 김병현은 지난 99년 애리조나 디백스에서 마무리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4년 뒤인 2003년 자신의 바람대로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이후 보스턴, 콜로라도, 플로리다(현 마이애미)등을 거치면서 주로 선발로 활약했다. 그러나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선발 통산 성적은 25승35패, 평균자책점 5.07이었다. 엄격히 평가하면 선발로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김병현은 선발 보직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다. 넥센 입단을 압두고도 선발로 던질 것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진행했고, 입단 후에는 투구수를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던진 이후 실전 경험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쳐 시즌 초까지도 2군서 투구수를 늘리는데 집중해야 했다.

김 감독은 "당분간 중간에서 몇 경기 소화하겠지만, 결국 선발로 돌아와야하지 않겠는가"라면서도 "중간투수는 일구일구를 전력으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당시 롯데전에서도 구속이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선발은 볼배합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이기는 경기를 하려면 멘탈도 강해야 하고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발 복귀 조건을 설명했다.

김병현이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은 국내 타자들을 상대로 적응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원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 스트라이크존이 익숙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실전 피칭을 오랫동안 하지 못한 까닭으로 제구의 감각적인 측면에서 답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의 구위는 여전히 활용가치가 높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적응만 제대로 끝낸다면 '핵잠수함'의 위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남은 시즌 보직 결정과 관련해 롱릴리프, 임시 선발 등 여러가지 시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내년에도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나이트, 밴헤켄과 재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선발 원투펀치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선수중에는 심수창 문성현 김영민 장효훈 한현희 등이 선발로 뛸 수 있는 후보다. 그러나 이들은 경험과 실력면에서 검증을 더 받아야 한다. 김병현이 선발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김 감독 역시 고민의 일부를 덜어낼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