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의 고향은 광주다. 하지만 올시즌 고향에서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해왔다. 지난 5월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광주 원정 3연전에서 전패했다. 6월15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원정 3연전에선 1승1무1패를 거뒀지만, 당시엔 KIA의 제2구장인 군산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
LG는 지난해 8월11일부터 광주구장 5연패에 빠져있었다. 올시즌 KIA와의 상대 전적도 3승1무9패로 압도적 열세에 빠져있었다. 위닝시리즈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21일 광주 KIA전은 달랐다. 작심한 듯 몰아쳤다. 장단 12안타를 폭발시키며, 8대2로 대승을 거뒀다. 마운드에선 2년차 우완 임정우가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LG는 광주구장 연패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성급한 플레이도 속출했다.
▶좌투수에 좌타자, 성공한 LG의 역발상
이날 KIA 선발은 좌완 양현종이었다. 지난 6월22일 광주 SK전을 끝으로 불펜에 머물던 양현종은 지난주 윤석민의 불펜 대기에 따른 공백으로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부진한 양현종이 이날을 포함해 겨우 4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대. 좌타자가 많은 LG는 매번 왼손투수 상대 약점을 노출해왔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김 감독은 이날 1번부터 3번타자까지 모두 좌타자로 채웠다. 최근 톱타자로 자리매김한 오지환을 필두로 베테랑 박용택, 이병규를 배치했다. 또다른 주축 좌타자 이진영은 6번-지명타자로 출전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제구 불안에 시달리는 양현종을 오지환-박용택-이병규가 1회와 3회, 두차례나 괴롭혔다. 오지환은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했고, 박용택은 주자가 나간 뒤 흔들린 양현종의 볼을 침착히 기다려 볼넷을 골랐다. 이어진 2사 1,2루서 정의윤의 중전 적시타가 나오며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는 다시 오지환이 선두타자로 나섰다. 빗맞은 타구에도 빠른 발로 2루수 앞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다음 타자 박용택은 밋밋하게 들어온 양현종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월 2점홈런을 날렸다. 무너진 양현종은 이병규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강판됐다.
▶홈에서만 세 번 아웃, 이겼지만 너무나 성급했다
타선 폭발로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LG도 공격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이 연달아 나왔다. 특히 경기 초반 극심했다.
1회 오지환의 안타와 박용택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 이병규는 침착하게 투수 앞으로 희생번트를 댔다. 번트는 분명 성공했다. 양현종의 송구가 정확하지 못해 1루 커버를 들어온 2루수 안치홍이 포구에 실패했다. 투수 실책.
하지만 무사 만루가 될 찬스에서 오지환은 홈까지 내달렸다. 공이 뒤로 빠진 것도 아니고, 바로 앞에 떨어졌는데 홈 쇄도는 무리한 시도였다. 게다가 무사 만루에서 4번타자 정성훈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절대 무리하면 안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정의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지만, 점수를 내지 못했다면 흔들리던 양현종에게 되살아날 기회를 줄 수도 있었다.
선취점 뒤 정의윤이 견제에 걸린 상황도 아쉬웠다. 3루에 있던 이병규가 재치있게 홈으로 파고들었지만, 홈에서 태그아웃됐다. 리플레이 상으로 홈에 발이 먼저 닿은 것으로 보였지만, 원현식 주심의 판정은 아웃. 판정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정의윤이 굳이 견제에 걸리지 않았다면 찬스를 이어갈 수도 있었다,
2회에는 1사 1,2루서 수비방해로 병살타가 되는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김태완의 3루수 땅볼 때 1루주자 윤요섭이 2루수 안치홍을 잡아챈 것. 이러한 장면들이 없었다면, 양현종을 보다 빨리, 더 강하게 흔들 수 있었다. 대거 3득점하며 양현종을 강판시킨 3회, 최동수 타석에서 나온 폭투 때 2루에 있던 정성훈이 홈까지 내달리다 아웃된 것 역시 '옥에 티'였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