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벅찼다. KGC가 2연승 후 1패를 기록했다.
KGC는 전지훈련의 일환으로 참가한 20일 대만 타이베이 체육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 3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75대84로 졌다.
미국 연합팀은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 출신 외국인선수를 모은 팀. 확실히 기량은 탁월했다. 전반까지 32-37로 근소하게 뒤졌지만, 높이와 스피드의 열세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9점 차로 패했다. 경기내용만을 놓고 보면 KGC가 선전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가 KGC에게는 전지훈련이라는 점이다. 약점을 메우고 강점을 극대화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 이날 KGC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봤다.
▶국내전선 이상무
KGC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군에 입대한 주전 가드 박찬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는 것이다. 탁월한 수비력을 보유한 박찬희는 KGC 수비의 핵심. 특히 지난 시즌 승부처마다 KGC는 강압수비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 대안은 이정현. 이날 그의 활약은 완벽했다. 공격에서 24득점을 올렸다. 원래 공격력이 좋은 선수. 게다가 수비에서 빠른 스피드와 강한 승부근성으로 미국 연합팀의 가드진을 차단했다. 이날 KGC가 주로 구사한 외곽 수비는 하프라인 트랩(하프라인 근처에서 두 명의 수비수가 공격자에 붙어 실책을 유발하는 기술)을 비롯한 기습적인 함정수비였다. 이정현과 김태술, 그리고 양희종의 호흡이 잘 맞았다. 물론 박찬희가 없다는 것은 KGC의 외국 수비력 자체가 한 단계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KGC의 수비가 후반에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백업멤버 부족으로 인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이정현은 주전 슈터로 뛰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신인 최현민(12득점, 6리바운드)의 견실한 활약도 인상적이다. 저돌적인 골밑돌파와 함께,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단, 외곽포가 부정확한 것이 흠이었다. 2개 던져서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과 국가대표 경험을 축적한 김태술의 경기력은 경지에 올랐다. 8득점에 무려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속공 상황에서 촘촘한 미국 수비의 허점을 뚫고 성공시키는 킬 패스는 대만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올 시즌 모비스 양동근과의 맞대결을 충분히 기대할 만 했다. 9득점, 5리바운드를 올린 양희종도 공수에서 제 역할을 했다.
▶의문부호가 생긴 두 외국인 선수
막강한 국내라인업을 자랑하는 KGC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물론 아직까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번 대회에서 오세근은 벤치에만 앉아 있다. 고질적인 족저근막염때문이다.
오세근과 호흡을 맞추기 전이라는 점에서 두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평가하기에는 위험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농익은 기량을 갖진 못했다는 것이다.
KGC가 1순위로 뽑은 게럿 스터츠는 2m11의 장신센터. 하지만 골밑장악력은 많이 부족했다. 골밑에서의 공격 결정력도 떨어졌고, 수비에서 활동반경도 좁았다.
물론 장신이라는 이점이 확실한 선수다. 중요한 순간 가장 강력한 공격옵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골밑 몸싸움이다. 포스트 업 공격 시 밀려나는 모습이 많았다.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더블팀이 들어왔을 때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능력도 많이 떨어져 보였다.
2순위 후안 파틸로는 1m97의 강력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운동능력만큼은 역대 어느 외국인 선수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인 플레이가 많았다. 팀 합류 초기에 나타나는 외국인 선수의 공통된 현상. 개선의 여지는 보였다. 경기 막판 김태술과의 2대2 공격은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림 4~5m 밖에서 던지는 슛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3점슛 능력이 없다는 것은 커다란 흠이 되지 않지만, 중거리슛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술의 활용도가 그만큼 좁아진다는 의미.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3경기 만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강점을 드러내는 지능적인 플레이가 필요해 보인다. 타이베이(대만)=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