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스의 부상으로 공격력이 급격히 저하된 제주유나이티드. 박경훈 감독은 고심 끝에 '미완의 대기' 강수일(25)을 선택했다. 강수일은 박경훈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2골로 부진을 겪은 제주의 반전 카드로 떠올랐다.
강수일은 19일 전북과의 K-리그 28라운드에 선발로 나섰고,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2골을 몰아쳤다. 전반 4분 기습적인 선제골에 이어 후반 45분에는 3-2 역전골을 터뜨렸다. 제주가 후반 48분 실점하며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강수일은 100점 만점의 활약을 펼쳐 박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제주전 전북전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에 9경기 연속 원정 무승(5무 4패)의 부진에 빠졌다. 게다가 3경기 연속 원정에서 1골만 얻지 못할 만큼 빈약한 공격력을 보였다. 이러한 기록은 전북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강수일이었다. 특유의 탄력 넘치는 움직임으로 전북 뒷공간을 침투하던 그는 기습적인 선제골로 제주가 우세한 경기를 풀어가게 했다. 3-2 역전골 상황에서는 제주가 올 시즌 내세운 방울뱀 축구에 어울리는 날렵한 움직임에 이은 슈팅을 선보였다.
전북전 전까지 16경기에서 1도움에 그쳤던 강수일은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산토스, 서동현, 자일 등 탄탄한 공격진 속에서 그의 자리는 크지 않았다. 17경기 동안 풀타임 출전은 전북전을 포함해 단 2경기였고, 10경기에서 교체 요원으로 투입됐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창을 부단히 다듬었고 전북전 2골로 노력의 결과를 얻었다.
산토스의 부재로 단조로운 공격을 했던 제주로서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 감독은 "골 결정력만 갖는다면 외국에서 뛸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선수다. 계속해서 큰 선수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칭찬한 뒤 "산토스가 없는 상태에서 3골을 넣으면서 앞으로 남은 2경기 활발히 우리가 주도하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강수일을 공격 자원으로 가세시켜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