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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외교, 아시아 맹주 지위까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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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과의 '동반자' 관계에 유독 집착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나온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를 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동반자적 관계'에서 일본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해명을 했다고 한다. 일본도 이에 호응은 했다. 그러나 '호응'은 겉마음일 뿐이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감춰진 '속마음'도 과연 한국과 같을까.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그저 '껄끄럽지만 웃으며 지내야 하는 이웃집'일 뿐이다. 일본 축구는 실력과 함께 외교를 통해 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자국 기업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스폰서십 진출을 장려하는 한편, 우수한 인재들을 앞세워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중동과의 관계도 돈독히 했다. 한국이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고 있는 사이, 일본축구협회(JFA)는 서서히 계획을 실현시켰다. 한국은 이를 '머니파워'로 치부했을 뿐이다. 따라잡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오만했다.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졌다. 일부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형님' 축구협회가 AFC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동생' 프로연맹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들린다. 결국 말만 동반자지 영향력만 놓고 따져보면 상하관계라는 표현이 더 옳을 듯 하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 뒤 나온 축구협회의 대응은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굴욕의 결정판이었다.

최고위층 외교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외교는 실무진만 하는게 아니다. 결정적 순간 방향타 뿐만 아니라 돌파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조직 수반의 활동과 역량이다. 일본은 이런 면에서 활발했다. 1990년대 JFA를 이끈 가와부치 사부로 전 회장이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으로 활동 중인 오구라 준지 전 회장 모두 아시아 외교에 수완을 발휘했다. 올해 바통을 이어받은 다이니 구니야 회장도 현역시절 선수 경험 뿐만 아니라 행정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부회장 시절 오구라 회장을 보좌하며 외교 감각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정몽준 명예회장 시절에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전방위 외교'를 펼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의 배경이자, 한국 축구가 세계무대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2009년 조중연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는 감감 무소식이다. 최고위층보다는 실무진이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속사정이 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국제무대에서 타 국가 회장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설령 교류를 하더라도 참모진이 동석한 자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최고위층 외교의 현주소다.

지난해 알리 빈 알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정 명예회장을 밀어내고 FIFA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아시아의 주도권은 중동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AFC의 재정적 축 역할을 해왔던 일본이 한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견제를 해왔다. 하지만 한국이 중동 측과 극한의 대립을 할 때, 일본은 한국과 손을 잡으면서도 중동과도 통하는 이른바 실리외교를 펼쳐왔다. 일련의 상황을 들여다 보면 일본이 한국과 등을 돌릴 때, 과연 누가 손을 잡아줄 지 불투명하다. 아시아 축구계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게 누구인지,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갈 지 냉정하게 짚어 볼 필요가 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