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삼성이 천적으로 통했던 두산과의 3연전을 쓸어담으며 다시 멀찌감치 앞서 갔다. 올시즌 두산과의 상대전적은 6승11패. 여전히 열세지만 두산에 철저하게 무너졌던 징크스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다. 삼성은 최강의 자존심을 지켰다. 강한 마운드와 타자들의 응집력으로 최근 힘이 빠져 허약해진 두산을 철저하게 밟았다.
▶삼성, 집중력으로 '스윕'을 '스윕'으로 갚았다
삼성은 17일부터 시작한 이번 3연전 이전까지 두산에 3승11패로 크게 밀렸다. 이달초에는 대구 홈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선두 독주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 포스트시즌에서 만나면 삼성이 두산에 혼쭐이 날 수도 있었다.
이승엽은 17일 두산과의 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한 후 "그동안 우리가 두산을 상대로 못쳤는데 그건 우리가 상태가 안 좋을 때 두산을 만났던 것이다. 이제 칠 수 있다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두산을 만난 삼성 타선이 첫 경기부터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17일 2득점, 18일 3득점했다. 그리고 마지막 19일 홈런 2방을 포함 장단 20안타를 집중시켜 11득점했다. 첫 날 이승엽, 2차전에선 배영섭, 마지막날엔 박석민이 결승타를 돌아가면서 쳤다. 특히 19일에는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1대3으로 완승했다.
▶힘 빠진 두산, 삼성 킬러들까지 줄 붕괴
삼성 마운드는 타자들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이번 3연전에서 삼성의 실점은 3점이었다. 삼성의 선발 마운드는 3일 동안 두산을 상대로 단 1실점했다. 고든이 5⅔이닝 무실점, 탈보트가 6⅓이닝 무실점, 배영수가 7이닝 1실점했다.
삼성의 강한 마운드 앞에서 두산 타자들은 더위에 지친 무기력한 곰 같았다. 이달 초 대구에서 만났던 발톱을 세운 곰의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두산은 최근 타선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잡혔던 3경기가 연속으로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타격감이 흔들렸다.
18일 시리즈 2차전 때는 오재원과 허경민이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면서 살아나는 공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졌다. 삼성이 두산의 잘맞은 타구를 호수비로 연결, 위기를 모면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었다.
게다가 두산은 믿었던 '삼성 킬러' 니퍼트와 이용찬이 마운드에서 버텨주지 못했다. 니퍼트는 18일 선발 등판해 6이닝 3실점 패전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삼성전 4연승 뒤 첫 패전이었다. 이용찬은 19일 삼성에 2⅔이닝 홈런 2방 포함 장단 12안타를 맞고 7실점했다.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삼성은 탄탄 대로, 두산은 가시밭길
삼성은 이번 3연전 승리로 남은 페넌트레이스를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다. 2위권과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졌다.
또 삼성은 두산 징크스에서 말끔히 벗어났다. 그들은 내심 포스트시즌 때 두산을 만났을 경우를 걱정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두산을 박살내지 못하고 만났을 경우 심리적으로 힘든 경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두산과의 마지막 시리즈를 스윕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포스트시즌 때 다시 두산 니퍼트와 이용찬을 만나도 무너트릴 수 있다는 걸 머릿속에 기억하게 될 것이다.
두산은 이번 스윕으로 후폭풍이 클 수 있다. 당장 롯데와 SK가 2,3위로 올라오면서 두산이 4위로 추락했다. 또 두산의 좋지 않은 타격감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두산의 영원한 4번 타자 김동주는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동주는 두산이 꺼낼 수 있는 전력 보강 카드 중 하나다. 그런데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동주가 2군에서 아직 좋은 타구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며 1군 복귀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두산은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도 위협받을 수 있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