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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특색있는 중원의 지휘자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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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1)이 맨유에서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 뒤 받아들여야 할 한 가지는 '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충격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QPR은 18일(한국시각) 스완지시티와의 2012~2013시즌 홈 개막전에서 0대5로 대패했다. 실망스런 경기에도 불구하고 마크 휴즈 QPR 감독은 박지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휴즈 감독은 "박지성은 팀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평점 5를 부여했다. '특색이 없었다'(Was largely anonymous)는 코멘트도 곁들였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올시즌 고정적으로 맡게 될 자리였다. 생소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포지션이다. 그동안 박지성은 맨유에서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 중앙으로 이동해 공수조율과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QPR의 중원을 이끈 박지성의 모습은 어땠을까. 가벼운 몸놀림과 감각적인 패스는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요소에선 다소 부족한 면이 보였다. 이날 QPR의 참패 원인은 모래알 조직력이었다. QPR은 올시즌을 앞두고 박지성을 비롯해 앤디 존슨, 지브랄 시세, 바비 자모라 등 12명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완전, 임대 영입했다. 그러나 스타 플레이어들만 영입한다고 좋은 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한 곳에 모아 그라운드에서 발산시키는 것도 좋은 팀이 되는 조건 중 하나다. QPR 안에는 여러 섬이 있었다. 선수들은 제 각각 움직였다. 이 점을 박지성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줬어야 한다.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해 보였다. 박지성은 디아키테가 조율한 볼을 시세와 호일렛, 맥키에게 연결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수 타랍이 중원까지 내려오면서부터 조직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타랍은 개인기를 이용해 득점 찬스를 만들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에게 차단당해 공격의 흐름이 자주 끊겼다. 박지성은 허술한 조직력 나사를 단단히 조여줄 필요가 있었다. 스트라이커와의 원활한 포지션 이동은 필요하지만, 박지성이 좀 더 공을 받으러 다니는 연결고리 역할이 요구됐다.

주장으로서의 카리스마를 좀 더 내뿜는 모습도 절실했다. 공격 시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패스를 하라고 지시를 하라는 전술 지시 등은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심리도 컨트롤할 수 있는 여유도 보여줘야 한다. 이날 경기를 통해 드러났듯이 QPR의 여정은 패배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패배의 의식에서 선수들을 끌어내야 한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게 독려하는 자세도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다.

QPR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박지성에게 부담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그가 QPR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해선 부담감을 극복해야 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선 부담감을 즐겨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