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영건 이용찬(23)은 니퍼트(두산)와 함께 '삼성 킬러'로 불렸다. 삼성만 만났다하면 패배를 몰랐다. 그런데 니퍼트가 18일 삼성전(1대3)에서 이번 시즌 삼성전 첫 패전을 기록했다. 4승 뒤 1패. 이용찬도 똑같았다. 니퍼트는 6이닝 3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았다. 이용찬은 참혹하게 무너졌다. 그는 니퍼트 보다 좀더 삼성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19일 잠실 삼성전 이전까지 그랬다. 삼성 상대 평균자책점이 0.33이었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는 5번째 대결에서 녹다운이 될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았다.
▶포크볼이 독이 됐다
3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2⅔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 12안타 1볼넷 2탈삼진으로 무려 7실점했다. 시즌 20번째 등판 중 최다 실점, 최소 이닝으로 최악의 투구 내용이었다.
이용찬은 지난 8일 한화전 등판 이후 11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우천으로 한 차례 등판을 건너 뛰었다. 니퍼트도 그랬다. 대개 선발 투수의 경우 로테이션을 한 차례 정도 쉬었다 던질 경우 제구력에 문제가 생긴다.
또 이용찬의 경우 이번 시즌이 선발 풀타임으로 뛰는 두 번째 시즌이다. 최근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삼성전 등판은 심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김선우와 니퍼트가 등판했지만 삼성에 2연패를 당했다. 최근 팀이 3연패에 빠졌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이용찬은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와 포크볼을 맘먹은 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1회 박석민에게 초구에 높은 직구를 던졌다가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졌는데 구속이 143㎞였다. 공이 묵직하지 않았다.
이용찬이 강판당한 결정타는 4회 조동찬에게 맞은 좌월 스리런 홈런이었다. 그가 즐겨 던지는 포크볼이 독이 됐다. 포크볼은 중지와 검지 사이에 공을 끼워서 던진다. 그래서 직구 처럼 날아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게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밋밋한 베팅볼 공 처럼 치기 쉽게 된다. 특히 포크볼이 높게 형성되면 큰 타구가 나올 수 있다. 이용찬이 조동찬에게 딱 그런 실투를 했다. 구속 125㎞ 포크볼이 몸쪽 가운데로 날아갔다. 조동찬은 공의 궤적을 보고 정확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삼성 타자들이 미쳤다
이용찬의 투구가 엉망이었던 반면 삼성 타자들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이번 시리즈의 첫 두 경기를 이긴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또 그동안 4번이나 당했던 이용찬을 면밀히 분석했고, 또 그걸 타석에서 보여주었다. 1번 정형식 카드가 적중했다.이용찬을 상대로 3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첫 타석에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중전안타로 물꼬를 텄다. 중심타자 이승엽 최형우도 무리하게 큰 스윙 보다 정확하게 맞히는 스윙으로 이용찬을 무너트렸다. 삼성은 1회에만 5안타(1홈런 포함)를 몰아쳤다.
삼성 타선의 집중력은 흔들리는 이용찬의 혼을 빼놓았다. 2회 1점을 더 뽑았다.
3회엔 2사 후 5안타를 몰아쳤다. 이용찬이 포크볼로 최형우와 이지영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조동찬이 홈런포로 기진맥진한 이용찬에게 카운트펀치를 날렸다. 이후 3안타를 더 맞은 이용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두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