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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게 완봉 놓친 부시, 역시 '문학구장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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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천 KIA전을 앞둔 SK 덕아웃. 이만수 감독은 "어제 롯데전에서 선발 송은범이 감기몸살로 일찍(1⅔이닝) 내려오는 바람에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다. 오늘은 선발 부시가 오래 던져주면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마치 이 말을 들은듯 부시는 국내 데뷔 후 최고의 피칭으로 이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8⅓이닝 3안타 1사구 2실점. 8회까지 단 1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완봉승을 눈 앞에 뒀다. 하지만 7-0으로 앞선 9회 1사 후 힘이 빠진 듯 김선빈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뒤 제춘모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지친 불펜 필승조에게 휴식을 안긴 역투였다. KIA 소사와의 외국인 투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라 기쁨이 두배.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40㎞에 그쳤지만, 패스트볼과 속도 차가 거의 없이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131~135㎞)와 슬로 커브(107~112㎞)로 KIA 타자들을 홀렸다.

눈부신 호투 배경에는 문학구장 마운드가 있었다. 그는 문학구장의 사나이다. 원정에 비해 유독 홈에서 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문학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16. 안방 호투. 이유가 있다. 흙의 차이 때문이다. 부시는 유독 마운드 흙에 예민하다.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단단해야 자신의 밸런스대로 던진다. 광주 등 흙이 무른 구장 마운드에서는 제구가 잘 잡히지 않는다. 이만수 감독도 문학구장 효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투구를 할 때 마운드에 흙이 파이는 정도에 굉장히 예민해하고 실제 본인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말한다. 이날 부시는 9일 문학 삼성전 이후 8일만에 등판했다. 이 감독은 '문학에 맞춰 조정을 했느냐'는 질문에 "중간에 비도 오고 그래서"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부시는 메이저리그에서의 화려한 경력(56승69패 평균자책점 4.70)을 자랑하는 특급 외국인 투수. 문학구장에서의 연이은 호투로 들쑥날쑥한 피칭의 원인이 타 구장 무른 마운드 흙 때문이란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남은 시즌 부시 활용 방안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