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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씨병 극복한 송창식, 삼성 상대로 제대로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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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외국인 선발 바티스타(31)가 타구에 맞고 쓰러졌다. 삼성 이지영의 강습 타구가 그의 손등을 때렸다. 한화 덕아웃에 비상이 걸렸다. 2회, 누구도 몸을 풀지 않았다. 불펜의 중심 송창식(27)이 구원 투수로 낙점됐다. 공 몇 개 뿌리고 떠밀리다시피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는 이미 이것보다 더 황당한 일을 당했던 유 경험자다. 2008년 훈련 중 갑자기 손가락 끝에 감각이 사라졌다. 전조 현상 없이 갑자기 느낌이 없었다. 투수에겐 손가락의 감각이 생명인데 청천벽력같았다.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었다. 병원에선 야구 선수로 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화 구단은 2008년 말 송창식을 임의탈퇴로 내보냈다. 그는 2004년 총망받으며 고졸 신인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해 8승(7패)이란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2005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다시 던질만했는데 선수로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송창식은 모교 세광고로 갔다. 후배들을 가르치는 코치로 일하면서 병 치료를 했다. 다시 감각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운동을 병행했다. 2009년 여름 사라졌던 손가락 감각이 갑자기 돌아왔다. 2010년 한화에서 입단테스트를 받고 재입단했다. 그는 지난해 8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7년여 만에 선발승을 올렸다.

올해는 한화 불펜을 지키고 있다. 28경기에 등판, 4승2패3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15일 포항 삼성전에선 바티스타에 이어 2회초 1사에 등판, 5⅔이닝 2안타 2볼넷 5탈삼진으로 1실점 호투했다. 한화가 2대1로 역전승했고, 송창식이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는 최근 삼성전 9연패 악몽에서 탈출했다.

그의 구위는 마치 2004년 신인 시절 처럼 묵직했다. 140㎞중반대의 직구는 공끝에 힘이 실려 삼성 타자들이 뻔히 알면서도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히지 못했다. 슬라이더는 꺾이는 각도가 예리했고,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한화는 결과적으로 바티스타가 일찍 내려가고 송창식이 빨리 투입된 것이 적중했다. 삼성은 바뀐 투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포항=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