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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영광, 이제는 K-리그로]①K-리그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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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K-리그가 사는 길2. '올림픽의 영광, 이제는 K-리그로'

-①올림픽 사상 첫 메달, K-리그가 힘이다

-②월드컵 전철, 다시 밟지 말자

-③K-리그에 더 많은 애정을



꿈이 또 이루어졌다. 대한민국 축구가 올림픽 동메달의 기적을 일궈냈다. 아니다. 기적이 아니다. 그만큼 준비했고, 성장한 한국축구의 힘이다.

새벽녁에 울려퍼진 "대~한민국"의 함성과 감동.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우리의 자부심이다. 스포츠조선은 여기서, 감동에 그치지 않으려 한다. 이 힘을, 이 영광을 발판으로 한국축구가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한국축구의 젖줄, K-리그에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려는 이유다. 'K-리그가 사는 길' 시리즈 두번째 화두는 '올림픽의 영광, 이제는 K-리그로'다. 스포츠조선은 첫번째 시리즈였던 '서포터스, 벽을 허물자'를 통해 K-리그에 관심을 부탁했다. 이제 또 한번 K-리그가 사는 길, 한국축구가 나아갈 길을 이야기해 본다.



①올림픽 사상 첫 메달, K-리그가 힘이다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1948년 첫 도전 이후 64년이 흘렀다. 메달은 꿈 속에서만 그렸다. 신화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홍명보호가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기적에 대한민국이 구름 위를 걷고 있다.

메달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다. 206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돼 있다. 올림픽 본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륙별 예선을 거쳐야 한다. 한국도 2차예선에 이어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어느 종목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험난한 여정이었다. 엄선된 16개국이 다시 본선에서 경쟁을 펼쳤다. 세계 3위였다. 태극전사들의 기량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국제 축구계가 인정했다. 풀뿌리 축구에서 시작된 역사는 땀과 눈물, 좌절, 열정이 빚어낸 작품이다.

이들이 꽃을 피우게 된 통로는 K-리그였다. 18명의 영광의 얼굴 중 12명이 K-리그를 거쳤거나 현재 그 무대를 누비고 있다. 유럽파인 박주영(아스널)과 기성용(셀틱)은 FC서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제주, 지동원(선덜랜드)은 전남에서 뛰다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김창수 박종우 이범영(이상 부산) 정성룡(수원) 윤석영(전남) 오재석(강원) 김현성(서울) 김기희(대구) 등은 현재 K-리그에 적을 두고 있다. 길은 달랐지만 김영권(광저우) 황석호(히로시마)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김보경(카디프시티) 남태희(레퀴야) 정우영(교토) 등도 학원 축구 시절 프로 입단을 꿈꾸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럼 K-리그의 현실은 어떨까. 정작 국내에서 저평가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벽 시간에도 동메달결정전인 한-일전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50%(51.3%)를 넘었다. 브라질과의 4강전, 영국과의 8강전도 각각 30%, 24.9%(이상 시청률 조사회사 TNmS)를 기록했다. 잠들지 않은 새벽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탄생시킨 K-리그는 철저하게 그늘을 걸어왔다. 브라운관에서는 '천덕꾸러기' 대우를 받고 있다. TV조선이 매라운드 한 경기씩을 고정 편성하고 있을 뿐이다. 공중파는 가뭄에 콩나듯 중계한다. 스포츠전문케이블은 프로야구와 해외축구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득권은 놓지 않고 있다. 인터넷 중계가 첫 발을 뗐지만 보편적 접근성은 떨어진다.

경기장에도 빈자리가 더 많다. 그나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구단은 수원(평균 2만605명)과 FC서울(평균 1만9190명), 2개 구단 뿐이다. 평균 관중 5000명도 안되는 팀이 무려 9개 구단이나 된다.

올시즌 K-리그는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 내년 1, 2부리그 승강제 도입에 앞서 스플릿시스템이 실시된다. 26일 30라운드를 끝으로 두 개의 리그로 분리된다. 상위 8개팀이 그룹A, 하위 8개팀이 그룹B에 포진한다. 그룹A는 우승, 그룹B는 강등 전쟁을 펼친다. 어느 해보다 경쟁이 뜨겁다.

한국 축구는 홍명보호의 첫 역사를 기점으로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올림픽대표팀에 보낸 뜨거운 사랑에 절반만 K-리그에 투자해도 한국 축구는 또 다른 날개를 달 수 있다. 올림픽 금메달, 월드컵 4강 신화 재연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을 필두로 12일 영웅들이 귀국했다. 온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이구동성으로 'K-리그 사랑'을 부탁했다. 한-일전에서 동메달 결승골을 터트린 박주영은 "한 달동안 대표팀에 주셨던 사랑을 한국 축구와 K-리그로 많이 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주장 구자철은 "한국 축구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의 퀄리티가 높은 것이 올림픽을 통해 증명됐다. 이런 성과를 이뤄낸 무대는 K-리그다.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며 웃었다. 기성용도 "이 열기가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K-리그에서 많은 팬들이 응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올시즌 608명이 K-리그에 등록돼 있다. 언론에 이름 석자가 나오기 힘들다. 음지가 있기에 양지가 존재한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힘이자 젖줄이다. 18일과 19일 K-리그 28라운드가 열린다. FC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8강 생존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올림픽 사상 첫 메달,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K-리그가 그 바람을 타야 희망이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