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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복싱銀 한순철"우리딸, 도이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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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 도이엄마 사랑해!"

'아빠 복서' 한순철(28·서울시청·세계랭킹 19위)은 12일(한국시각) 런던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급(60㎏) 결승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우승후보 로마첸코(우크라이나)에 9대19로 판정패했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지민을 닮은 부인 임연아씨(22)와 딸 도이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겠다고 약속했었다. 은메달이 못내 아쉬웠던 이유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요청에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표했다. "너무 많이 응원해줬는데…, 우리딸, 도이엄마 사랑해!"

세계 1위 로마첸코(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너무 겁을 먹었다고 했다. 지난 2번의 맞대결에서 2연패를 한 트라우마를 넘어서지 못했다."너무 아쉽다. 이전 게임처럼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뒤로 너무 많이 빠졌다.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로마첸코와 기본적인 실력 차도 있지만 내 스스로 실력을 다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순철은 24년만의 복싱 금메달로 한국선수단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고 했다. 스물여덟의 아빠 복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치열한 각오로 링에 올랐다. 후배 신종훈과 단둘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땀흘려 왔다. "종훈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운이 안따라서 졌다. 내가 금메달을 따서 종훈이를 위로해주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종훈이는 아직 어리고 실력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절친 후배를 격려했다. 지난 7월 말 브루넬대학 훈련 공개 당시 미디어의 관심은 오직 후배 신종훈에게만 집중됐었다. 한순철은 홀로 훈련에만 열중했다. "그런 것에 큰 관심은 없는데… 너무 종훈이한테만 몰리니까 살짝 배 아팠죠"라며 싱긋 웃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이렇게 올라왔고,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복싱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질문에 '짧고 굵게' 할 말을 했다. "물품, 유니폼 등 지원이 타종목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든든한 '빽'이 있다면 선수들에게 더 큰 힘이 될 것같다"고 했다.

한순철의 뇌구조를 미뤄 짐작컨대 절반이 복싱, 절반이 가족일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역시 가족여행이다. "한국이 많이 덥다고 하는데 아기 데리고 수영장 한번 가고 싶다"고 했다. 사랑하는 도이를 향해 자랑스런 '아빠 복서'가 이제 '집으로' 달려간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