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5일 중국 광저우. 이란과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3, 4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4대3 승리를 확정하자 박주영(27·아스널)은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43)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우여곡절 끝에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자신을 불러준 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 AS모나코는 박주영을 붙잡았다. 리그 일정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주축 선수인 박주영을 보내기 힘들다고 버텼다. 박주영이 직접 나서 구단을 설득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얻게 된다면 구단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나긴 줄다리기 끝에 홍명보호의 와일드카드로 나서게 된 박주영의 의욕은 대단했다. 조별리그 3차전부터 8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하며 명불허전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에서 연장후반 막판 실점하면서 패해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이란과의 3, 4위 결정전에서 역전승의 발판이 된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후배들에게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안겼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경기장을 빠져 나오던 박주영이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이번 대표팀에서 얻었다. 소중한 것을 깨우치게 됐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았다."
2012년 8월 11일 영국 카디프. 일본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2대0 완승이 확정되자 박주영은 다시 홍 감독의 품에 안겼다. 이번엔 울지 않았다. 활짝 웃었다. 그간의 마음 고생을 다 털어낸 환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숙적' 일본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일본 킬러'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후배들에게 진 빚도 시원하게 갚았다. 무엇보다 지난 3월부터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병역'의 고리를 끊었다. 홍 감독은 A대표팀 합류 불발로 궁지에 몰린 박주영의 손을 잡아 준 이다. 박주영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병풍을 자처했다. "박주영이 군대에 안간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신뢰를 확인하기도 했다. 스승의 믿음에 제자는 성과로 보답했다.
경기를 마친 박주영은 활짝 웃었다. 더 이상 눈물은 없었다. "국민들의 염원은 우리가 메달을 따는거라 그에 집중했고 밖의 얘기보다 내부에만 신경을 썼다. 후배들이 앞으로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잘해내서 기쁘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