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경쟁심이 생길 만도 하다.
두산 선발 노경은과 이용찬이 후반기 들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후반기 2위 굳히기를 목표로 잡은 김진욱 감독이 두 선수를 앞세워 선두 삼성 '따라잡기'로 전략 수정을 모색해야 할 정도다. 두산은 7~9일 한화와의 대전 3연전을 싹쓸이하며 삼성에 1.5게임차로 다가섰다. 노경은은 9일 6⅔이닝 3실점으로 시즌 7승째를 따냈고, 이용찬은 하루전인 8일 7이닝 1실점의 호투로 시즌 9승을 올렸다. 두 투수의 호투를 지켜본 김진욱 감독은 얼굴 전체에 퍼진 웃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두 선수가 은근히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게 됐다는 점이다. 이용찬은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고, 노경은은 릴리프로 던지다 지난 6월 선발로 변신했다. 시즌초 두 선수는 훈련 패턴과 시간이 달라 서로에 대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노경은이 임시 선발에서 붙박이 선발로 위상이 달라지면서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노경은은 연승을 한창 달리던 지난달초 후배 이용찬을 향해 "조금 있으면 너 따라잡는다"며 은근히 경쟁심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노경은은 6월6일 잠실 SK전부터 선발로 던지기 시작해 이후 5승을 추가하며 이용찬을 추격했다. 이용찬은 6월21일 시즌 7승을 올린 후 주춤하고 있던 터라 선배 노경은의 기세를 마냥 편하게 생각할 수 만은 없었다. 이용찬은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서 42일만에 승리를 추가하며 다시 승수쌓기에 속도를 냈다. 현재 노경은에 2승차로 앞서 있다.
선발 성적만 놓고 봐도 둘의 라이벌 관계가 느껴진다. 이용찬은 선발 19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중이다. 노경은은 선발 10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3.22를 올렸다. 피안타율이 노경은은 2할2리, 이용찬은 2할5푼이다. 공교롭게도 후반기 들어 두 선수의 등판일이 나란히 붙게 된 것도 경쟁 상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쟁자이기 이전 동반자다.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올시즌 선발 변신에 성공했다. 2007년 데뷔 이후 마무리 보직을 수행하기도 했던 이용찬은 지난 시즌 도중 선발로 변신해 가능성을 알렸고, 올해 에이스나 다름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체질상 선발보다 중간계투가 편하다"고 했던 노경은은 요즘 "왜 진작 선발로 던지지 않았는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김진욱 감독은 올스타브레이크 이전 "아직 완벽한 선발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무더위에 따른 체력적인 고비를 어느 정도 넘겼고, 시즌 마지막까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을 것이란 확신이다.
포크볼 구사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직구와 커브 또는 슬라이더 위주의 단순했던 볼배합에 포크볼을 추가하면서 강력한 선발투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두 선수 모두 들쭉날쭉했던 제구력이 안정을 찾으면서 6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하는 '이닝 이터'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포크볼과 제구력이 자신감을 갖게 된 밑거름이 됐다는 이야기다.
두산은 이제 삼성을 비롯한 상위권 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팀이 됐다. 노경은과 이용찬의 존재감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둘 모두 10승 이상은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니퍼트와 김선우를 원투 펀치로 내세웠던 두산이 올 포스트시즌서 노경은-이용찬 듀오를 더 중용할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