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가 돌아왔다. 309일 만의 복귀전은 완벽했다.
롯데 정대현이 올 시즌 첫 마운드에 올랐다. 9일 잠실 LG전 9회말.
9회초 2점을 추가한 롯데의 6-1 여유로운 리드. 갑자기 3루측 롯데 응원석에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정대현'이라는 이름을 열정적으로 연호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여유로웠다. 첫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왼손타자 이병규. 2B 2S에서 116㎞ 커브가 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왔다. 이병규가 스윙을 했지만,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삼진 아웃.
윤정우와 대타 이진영은 연속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투구 패턴은 똑같았다. 초구를 110㎞대 커브로 스트라이크. 이어 132㎞ 싱커를 던져 땅볼을 유도했다.
총 투구수 9개. 싱커 4개와 커브 5개. 1이닝 무안타 무실점.
이날 정대현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다. 1군 엔트리에는 등록된 상황.
하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경기 전 "아직 100% 완전하진 않다. 오늘 3점 차 이내의 박빙의 경기면 출전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점수차가 커지면 1이닝 정도 시험등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했지만, 자칫 박빙의 상황에서 무리해 부상이 덧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점수 차는 5점으로 벌어졌고, 그는 완벽한 데뷔전을 보여줬다. 화려한 변화구와 칼날같은 제구력은 여전했다.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은 있다. 양 감독은 양 감독은 "130㎞ 중반대의 패스트볼 구속이 130㎞ 초반대로 떨어져 있다. 싱커나 슬라이더, 커브 등의 변화구는 여전히 날카롭다. 하지만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의 구속이 좀 더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이날 정대현은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았다. 아니 던질 필요가 없었다.
정대현이 호투하자 양 감독은 벤치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정대현의 합류가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대현도 자신의 투구에 만족했다. "1군에 올라와서 그런지 집중이 더 잘 됐다"고 말한 그는 "2군에서는 1~2개 정도만 좋은 공이 들어갔는데, 오늘은 1~2개 빼놓고는 힘있는 공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SK에서 활약했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4년간 36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무리하면서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도졌다. 지난 2월 오사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지난 4월 롯데 2군 훈련장 김해 상동구장에 합류했고, 이날 이적 후 첫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대현의 합류는 롯데에게 매우 중요하다. 선발이 무너져 있는 상태. 최대성 김성배 이명우 김사율 등 계투진이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점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대현의 성공적인 복귀는 이런 딜레마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 동시에 롯데의 뒷문이 더욱 탄탄해지는 시너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