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중앙으로 모였다. 원을 만들었다.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끝까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인사했다.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전광판의 찍힌 결과는 상관없었다. '브라질 3-한국 0'
외로운 싸움이었다. 모든 관심은 오로지 네이마르였다. 사람들은 축구황제 펠레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밀고 있는 네이마르를 보기 위해 올드트래퍼드로 모였다. 네이마르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숨을 죽였다. 전세계 언론도 네이마르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왔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한 이탈리아 기자는 한국 선수들이 네이마르에게 태클을 하자 자신의 일인양 길길이 날뛰기도 했다. 경기장을 찾은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의 관심도 네이마르였다. 홍명보호를 응원하는 것은 경기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 그리고 선수들 자신밖에 없었다.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브라질을 잡고 결승전으로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최고의 컨디션에 있는 선수들을 투입했다. 박주영과 박종우는 체력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완전하지 못했다. 볼점유율을 높였다.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뒤쳐지는 개인 능력은 조직력과 활동량으로 메웠다. 기회도 몇차례 잡았다. 브라질 골키퍼와 수비진의 선방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았다.
승부가 갈린 것은 관중석이었다. 경기 시작 후 20여분이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흥겨운 삼바리듬이 울려퍼졌다. 4인조 브라질 악단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원칙적으로 경기장 내에는 악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붉은악마와 아리랑 응원단 등 한국팬들도 경기장 입구에서 북과 꽹과리 등을 뺐겼다. 그런데 브라질은 가능했다. 형평성에 어긋났다. 경기 관계자는 "브라질은 퍼미션(허가)을 받았다"고만 짤막하게 답변했다. 어디서 어떻게 하면 퍼미션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경기장에 묘한 삼바리듬이 울려퍼졌다. 한국 수비진들의 리듬은 묘하게 어긋났다. 브라질 선수들은 그 리듬을 타고 드리블했다. 균열이 생겼다. 순식간에 3골을 내주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담담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을 향해 있었다. 홍 감독은 "지금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해야 한다. 이후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 경기는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만났다. 얼굴에는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패배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대개 완패를 하면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는다. 홍명보호 선수들은 달랐다. 믹스트존에서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했다. 패배의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아프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 아쉬움에 사로잡힐 시간도 없었다. 3일 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야 했다. 상대는 영원한 숙적 일본이었다. 모두 한-일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캡틴 구자철은 "한-일전 각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휴식을 취한 박종우는 "우리에게는 또 다른 결승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