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까지 붙였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삼성 2루수 조동찬(29)의 오른쪽 눈 부근에 시커먼 멍이 있다. 눈알도 아직 핏줄이 서 빨갛다. 지난 3일 조동찬은 부산 롯데전에서 상대 선발 고원준이 던진 공에 맞았다. 번트 동작을 취하다 아찔한 사고가 났다. 공은 조동찬이 쓰고 있던 헬멧에 이어 얼굴을 때렸다. 곧바로 병원 후송, 40바늘을 꿰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좀더 쉬는게 좋겠다고 말렸다. 조동찬이 의지를 보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4일 만에 선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7일 인천 SK전에서 2루수 8번 타자로 나서 3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했다. 수비도 깔끔하게 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두툼하게 솟아올랐던 붓기는 다 빠졌다고 했다. 멍이 남아서 주변에서 걱정이 많지만 정작 조동찬은 경기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사구를 맞을 때 아찔했다. 시즌이 이대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다. 뼈가 멀쩡했다. 뼈에 금이라도 갔더라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데 최소 한달은 걸렸을 것이다.
조동찬은 빠른 복귀를 위해 붓기와 멍을 빼는데 좋다는 걸 다 붙였다. "달걀, 얼음 심지어 쇠고기까지 붙이고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다친 조동찬을 1군 엔트리에서 빼려고 했다. 10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완전히 낫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수가 뛰겠다고 위지를 보였다.
조동찬은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더이상은 다치면 안 된다"면서 "올해는 이번이 마지막으로 다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선수 중에서 자주 다치는 선수로 분류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부상이 잦은 선수가 있다. 조동찬은 올초 옆구리 속근육이 찢어져 1달 이상 2군에 머물렀다. 최근에는 오른팔 근육통으로 잠깐 쉬었다. 그리고 사구까지 맞았다. 지난해에는 허리, 오른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전반기 슬럼프가 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조동찬이 부상만 없다면 이미 타율 3할을 쳤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타격에 재능이 있다. 또 발도 빠르고 2루수, 3루수, 유격수 수비까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최근 조동찬의 아내(김하연씨)는 둘째를 임신했다. 내년 이면 첫 아들(부건)에 이어 둘째 아기가 세상으로 나온다. 조동찬이 부양해야 할 가족이 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쁨과 동시에 또 책임감이 생긴다.
선두 삼성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독주 체제를 굳혀가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8월 6경기(7일까지)에서 1승5패로 부진했다. 조동찬의 부상 투혼은 동료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수 있다. 작지만 삼성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잘 나가던 팀이 주춤할 때는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튀는 선수가 한명 나오면 순식간에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삼성은 최근 한 달 이상 팀 타선이 기대이상으로 잘 쳐줬다. 방망이가 주춤하면서 최근 조금 가라앉았다. 다른 데는 문제가 없다.
그는 "이때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면서 내가 한 번 미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야구에서 미치는 선수는 한 경기에서 원맨쇼 정도의 맹활약을 펼치는 걸 뜻한다.
조동찬은 이번 시즌 52경기에 출전, 타율 2할8푼3리, 3홈런, 19타점, 9도루를 기록 중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