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를 흥미롭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 바로 '잊혀가던 공격수의 생존 신고'다. 지난달엔 부진을 거듭하던 '축구전채' 서동현이 전남을 상대로 무려 3골 2도움을 쏘더니 지난 라운드에서는 박성호가 일을 냈다. 정통 공격수의 부진을 제로톱 체제로 만회하려던 포항 황선홍 감독에 시위라도 하듯 후반 17분 교체 투입된 그는 불과 30분 만에 성남에 2골 1도움을 퍼부었다. 거칠 것 없는 박성호의 날갯짓, 전주성 함락에 도전하는 포항, 견고했던 1위 자리에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 전북vs포항 [8일 수요일 19:00 전주 월드컵]
- 전북 : 1위 / 승점 53 / 16승 5무 4패.
- 포항 : 7위 / 승점 38 / 11승 5무 9패.
포항이 전북에 말하길 "그러다 체해요. 승점은 나눠 먹는 거지, 혼자만 우걱우걱 먹는 게 아니에요". 전북으로선 거침없는 연승 질주에 친히 브레이크를 놓아준 포항이 달가울 리 없다. 지난 1일, FA컵 8강전에서 만난 두 팀은 정반대의 주말을 보냈다. 패배 팀 전북은 16위 대전에 패하며 1위의 자존심을 구겼다. 4월 22일 포항 원정에서 패한 이후 106일 동안 12승 3무로 이어가던 무패 행진을 끝내야 했다. 아직은 1위지만 2위 서울과의 승점 차는 고작 1점, 아무래도 불안한 리드다. 반면, 승리 팀 포항은 클래식 더비까지 거머쥐며 상위 스플릿 잔류에 청신호를 켰다. 이번에도 박성호가 미친 존재감을 발산할 경우, 전북의 아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2. 성남vs울산 [8일 수요일 19:30 탄천 종합]
- 성남 : 10위 / 승점 30 / 8승 6무 11패.
- 울산 : 3위 / 승점 45 / 13승 6무 6패.
피스컵을 통해 에벨톤-박진포의 오른쪽 라인이 건재함을 확인했고, 공격형 미드필더 레이나를 재발견했다. 이후 성적 1승 1무, 나쁘지 않은 페이스로 지난 주말 스틸야드에 섰다. 전반 15분 자엘이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지만 해도 탄탄대로인 듯했지만 이후 내리 3골을 내주며 비참함을 맛봐야 했다. 지난 3월, 울산에서 당한 3-0 완패도 갚아줘야 하는데 최근 울산이 뿜어내는 철퇴의 위력에 기부터 죽는다. K리그 팀들만 당하던 철퇴의 위력에 겁 없이 도전한 고양 KB엔 무려 여섯 방이나 먹여 배불리 돌려보냈고, 수원에도 인심 좋게 세 방을 선사했다. 피해자가 속출, '철퇴 주의보'라도 발령될 판에 성남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3. 강원vs제주 [8일 수요일 19:30 강릉 종합]
- 강원 : 13위 / 승점 24 / 7승 3무 15패.
- 제주 : 5위 / 승점 40 / 11승 7무 7패.
정신없는 두 팀이 만났다. 강원은 이적 시장에서 들여온 알짜배기 자원들을 시험하느라 바쁘다. 4-2-3-1 시스템에 맞춰 선수들을 기용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제주는 원정 연패에 정신이 없다. 4월 14일 포항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후 6경기째 원정 무승, 더욱이 최근 경남과 상주 원정에서 내리 패했다. 그렇다고 두 팀이 목표 의식까지 잃은 건 절대 아니다. 아직은 강등권과 꼴찌에서 자유롭지 못한 강원은 보다 확실한 안정장치를 장착하기 위해 승리가 절실하고,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이곤 있으나 원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제주는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 승리가 절실하다.
4. 부산vs수원 [8일 수요일 20:00 부산 아시아드]
- 부산 : 6위 / 승점 40 / 11승 7무 7패.
- 수원 : 4위 / 승점 44 / 13승 5무 7패.
겨울의 한기가 여전했던 지난 3월, 빅버드에서 격돌한 두 팀의 1라운드 경기가 생각난다. 이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수원은 시즌 초반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고, 반대로 패한 부산은 15위까지 떨어지며 부진 속에 허덕였다. 참으로 묘한 것이, 저 멀리 앞서 나가 보이지도 않던 수원의 뒷모습이 이젠 부산의 바로 앞에 있다는 것. 최근 기세라면 수원을 앞지를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김창수, 박종우, 이범영, 올림픽 3인방을 내주며 차, 포를 다 떼어냈지만 최근 2승 1무, 강철 잇몸으로 승점 쌓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수원은 FA컵 8강전 승부차기 패배 이후, 울산 호랑이굴에선 펠레스코어로 패하고 말았다. 게다가 이용래의 이적까지,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울산에 3위를 내준 4위 수원,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5. 서울vs경남 [8일 수요일 20:00 서울 월드컵]
- 서울 : 2위 / 승점 52 / 15승 7무 3패.
- 경남 : 8위 / 승점 33 / 10승 3무 12패.
김주영 이적 건으로 올 시즌 시작 전부터 화끈하게 한 판 붙었던 두 팀, 상할 대로 상한 감정을 이끌고 또 한 번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 경기의 승리는 승점 3점이 주는 통쾌함, 그 이상을 제공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승점 3점을 보탠다면 서울은 경우에 따라 1위 전북의 독주 체제를 깨고, K리그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경남은 마침내 얻어낸 상위 스플릿의 마지막 8위 자리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두 팀의 최근 화력이 엄청나다는 것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서울은 16골, 경남은 10골을 퍼부었다. 서울은 데얀과 몰리나가 최근 4경기에서 각각 5골씩, 매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고 있고, 경남은 까이끼가 지난 라운드 해트트릭을, 루크가 최근 3경기 3골을 터뜨리고 있다.
6. 광주vs상주 [8일 수요일 20:00 광주 월드컵]
- 광주 : 16위 / 승점 21 / 4승 9무 12패.
- 상주 : 12위 / 승점 26 / 7승 5무 13패.
끝이 안 보이는 부진, 8경기째 승리가 없던 광주가 끝내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 3월, 3승 1무로 1위에까지 오르며 시도민구단 중 최고의 돌풍을 선보였던 광주의 성적 그래프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아래만을 향했다. 이번엔 상주, 해볼 만하다는 생각일지는 몰라도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한 이 팀도 생각만큼 쉽진 않다. 최근 6경기 3승 3무, 현재 K리그 16개 구단 중 페이스가 가장 좋다. 게다가 그 중 3승을 제주, 포항, 경남, 상위 스플릿 팀들에 거두었으니 분위기는 얼마나 좋을까. 지난 라운드, 말년 병장 김용태의 패스를 받은 이병 이상협의 미친 왼발은 영점 조절이 완벽했고, 이 선수가 터뜨린 두 골에 방울뱀 제주도 무너지고 말았으니 광주로선 긴장해야 할 경기다.
7. 대전vs인천 [9일 목요일 19:00 대전 월드컵]
- 대전 : 14위 / 승점 23 / 6승 5무 14패.
- 인천 : 11위 / 승점 27 / 6승 9무 10패.
지난 주말, 전주성에선 이것이 축구의 진미요, K리그의 묘미임을 느끼게 해준 경기가 연출됐다. 1위 전북과 16위 대전의 전쟁에서 승점 전북53 vs 대전20, 승수 전북16 vs 대전5, 득점 전북53 vs 대전20, 득실차 전북+30 vs 대전-19의 수치는 무의미했다. 승리는 더 이상 강팀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선포함과 동시에 '강등권 탈출'이라는 전리품을 챙긴 대전의 시선은 지난 5월을 향하고 있다. 당시 1위 수원을 잡았던 대전은 2승 2무를 거두며 5월을 무패로 마감한 전력이 있는데, 1위 전북을 잡은 이번에도 승점 사냥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이번엔 인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등권 방에서 함께 지냈거늘, 어느새 방을 빼고 중위권에 새살림을 차린 인천, 대전의 응징이 뒤따를 수 있을까.
8. 대구vs전남 [9일 목요일 19:00 대구 스타디움]
- 대구 : 9위 / 승점 32 / 8승 8무 9패.
- 전남 : 15위 / 승점 23 / 5승 8무 12패.
25라운드 현재 5승, 광주에 이어 최소 승리 2위다. 순위는 어느새 15위까지 곤두박질쳤다. 기업구단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아니 올해 5~6월만 해도 중위권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던 팀이 바로 전남 아니었던가. 6월 17일 대전전 이후 승리가 없는 전남으로선 이번 대구 원정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최근 연패의 늪에 빠진 대구는 경남에마저 4-1로 완패하며 8위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4-0의 폐허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골을 만회해 희망의 불씨는 지펴놓은 상태다. 전남이 시작부터 그 불씨를 확실히 끄지 못한다면 연속 무승의 카운트를 9에서 10으로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