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귄지 141일 된 '네 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처음 공개했다. 셔플댄스 음악이 나오자 신나게 스텝을 밟았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부담을 느껴야 더 잘하죠"며 싱긋 웃었다. 20세의 청년은 꾸밈이 없었다. 당당했다. 6개월전 그의 모습이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이 올림픽 메달의 보고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양학선은 올초 열린 제17회 코카콜라 체육대상에서 '꽃중의 꽃'인 최우수선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1회 최우수선수상 수상자인 황영조(마라톤)를 필두로 전기영(유도)-김영호(펜싱)-이원희(유도)-유승민(탁구)-박태환(수영)-김연아(피겨스케이팅)-장미란(역도) 등이 걸었던 길을 양학선이 이어받았다.
약속을 지켰다. 그는 "박태환, 김연아 선수가 그랬듯이 코카콜라 체육대상을 계기로, 비인기 종목을 인기 종목으로 바꾸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공중 연기는 대한민국을 황홀케했다. 그는 런던에서 1080도를 앞으로 비틀어 돌아내리는 신공을 보란듯이 성공시키며 남자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코카콜라 체육대상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기 어려운 아마추어 스포츠를 지원하는 유일한 시상식이다. 1996년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첫 발을 뗐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한국 코카콜라 청소년재단이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유도 81㎏급의 김재범(27)은 양학선에 이어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그는 어깨부상으로 재활 중이었다. 김재범은 "미리 다쳐 다행이다. 다친 순간 올림픽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림픽전에 부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조심하게 됐다. 미리 액땜 다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재범은 런던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당시 김재범과 양학선의 인연도 화제였다.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둘은 최우수선수상을 놓고 경합했다. 양학선은 "재범이형이 축하한다면서 원래 자기가 받는 건데 내가 자기보다 어리니 기회를 주는 거라고 농담하더라"며 개구쟁이처럼 웃기도 했다. 금 2개(김재범 송대남), 동 1개(조준호)를 수확한 남자 유도의 정 훈 감독은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했다.
박태환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제11회 체육대상 남자 신인상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12회, 14회, 16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그는 실격 번복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 금빛보다 더 값진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10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유승민은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확보했다. 12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여자 펜싱 플뢰레의 남현희는 단체 동메달을 수확했다.
꿈을 머금고 씨앗을 뿌렸다. 열매는 더 달콤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