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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홍명보호 '만년 2인자' 이범영, 이번에도 깜짝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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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영(23·부산)의 뒤에는 '올림픽팀의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1m99의 다부진 체격은 역대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배 골키퍼보다 월등하다. 신갈고를 졸업한 2008년부터 부산의 주전으로 도약해 51경기를 나섰다. 그러나 유독 올림픽팀에서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009년 이집트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카메룬전 0대2 패배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연장 종료 직전 승부차기를 대비해 투입됐다가 결승골을 내주면서 눈물을 뿌렸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단단하게 골문을 지켰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와일드카드 정성룡(27·수원)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운명의 신은 묘하게도 결정적인 때마다 이범영을 외면했다.

기회는 뜻하지 않은 순간 찾아온다. 이범영이 그랬다.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에서 후반 중반 갑자기 투입됐다. 정성룡이 쓰러졌다. 이범영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다소 마음을 편하게 먹고 몸을 풀고 있었는데 갑자기 출전하게 되어 긴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 볼 터치 때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면서 소위 '똥볼'을 찬 이범영은 또 아픈 기억을 안게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거짓말 같은 선방으로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4강 신화를 일궜다. K-리그에서 재능을 드러낸 승부차기 방어 실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승리의 순간 이범영은 눈물을 쏟았다. 청소년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아픈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단다.

브라질전에서 이범영은 다시 한 번 골문을 지킨다. 정성룡이 진단결과 큰 부상은 아니지만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림픽팀 엔트리상 이범영 외에 대체자가 없다. 2인자 설움에 울어야 했던 이범영은 가장 큰 무대에서 또 한 번의 기회를 부여 받았다. 상대는 만만치 않다. 네이마르(산투스)와 헐크(FC포르투), 다미앙, 오스카(이상 인터나시오날)가 버틴 브라질 공격진은 올림픽팀이라기보다 A대표팀 진영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이들이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전까지 네 경기를 치르면서 기록한 공격포인트만 13개(8골5도움)다. 브라질은 네 경기 동안 12골을 넣어 경기당 평균 세 골이라는 가공할 만한 화력을 선보였다. 이범영에겐 축구인생 최고의 도전이다.

브라질의 파상공세에 이범영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빠른 발과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의 공격은 예측불허다. 빠른 상황판단이 요구되는 경기다.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브라질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2m에 가까운 큰 키와 상대 의중을 꿰뚫는 반사신경은 그만이 가진 '영업비법'이다.

회한은 풀었다. 이제는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브라질전이라는 세 번째 기회는 이범영이 '만년 2인자'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